바다로 떠난 참수행자, 명진 스님을 기리며
살아가며 단 한 번도 마주 앉아 차 한 잔 나누지 못했으나, 마음속 깊이 ‘참스님’이라 부르며 우러러보던 어른이 계셨습니다. 봉은사 주지를 지내며 종단의 투명성과 개혁을 위해 권력 앞에서도 서슴없이 죽비를 내리치던 분, 그리고 언제나 아프고 소외된 중생들의 현장으로 기꺼이 걸어가셨던 명진 스님입니다.
그분의 갑작스러운 입적 소식을 접한 순간, 가슴 한쪽이 툭 하고 주저앉는 듯한 허탈함이 밀려왔습니다. 세상의 불의에는 청년처럼 뜨겁게 분노하고, 상처받은 이들에게는 한없이 따스했던 큰 기둥 하나가 사라졌다는 상실감이 뉴스를 찾아볼수록 더욱 깊은 안타까움으로 다가옵니다.
스님께서는 늘 ‘현장이 곧 수행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산속의 안온한 독방에 갇힌 불교가 아니라, 세상의 모순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실천의 불교를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조계종의 부조리를 개혁하고자 승적 박탈이라는 고초를 겪으면서도 끝내 뜻을 꺾지 않으셨던 올곧은 기개는,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부끄러운 거울이 되어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스님께서 남기신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말씀은 제 삶의 나침반을 다시 흔들어 깨웠습니다. 역사적 비극과 아픔 앞에서 종교인은, 그리고 인간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에 대한 그분의 사유는 날카로운 죽비처럼 다가왔습니다.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스님의 말씀은 평범한 일상에 갇혀 있던 제게 묵직한 화두를 던져주었습니다. 나 혼자만의 안택을 누리는 삶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정의와 연대의 길에 서는 것이 인간다운 삶의 본질임을 스님의 행보를 통해 배웠습니다.
세수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숨을 참고 깊은 바다로 내려가는 프리다이빙에 도전하셨던 스님은, 생사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깨달음의 근원에 직면하고 싶어 하셨다고 합니다. 결국 스님은 당신이 그토록 직면하고자 했던 푸른 제주 바다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셨습니다. 두려움 없이 경계를 넘나들던 수행자다운 마지막이 아닐까 싶으면서도, 그 시원시원한 목소리를 이제 더는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마냥 서글프기만 합니다.
비록 스님의 육신은 떠났지만, 그분이 세상에 던진 개혁의 불씨와 인간 존엄에 대한 가르침은 우리 가슴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스님이 보여주신 삶의 태도를 잊지 않고, 저 역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멈추지 않으려 합니다.
세상의 아픔을 온몸으로 안고 살아가셨던 명진 스님, 이제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시고 부처님 품 안에서 부디 평안히 영면에 드시기를 간절히 손 모아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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