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공치는 날 같구나
바쁘게 돌아가던 세상이 명절이라는 문턱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듯한 날이다. 하지만 내 세상은 숨을 고르는 게 아니라, 마치 툭 끊겨버린 필름처럼 멈춰 선 것만 같다.
‘그냥 공치는 날 같구나.’
입 밖으로 조용히 내뱉어 보는 혼잣말에 쓸쓸한 무게가 실린다. 특별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디론가 바쁘게 떠날 채비를 하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하루. 손에 잡히는 일 없이 그저 시간의 여백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다.
휴대폰을 뒤적여보고 창밖을 서성이는 건, 다가올 명절에 찾아올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 때문이겠지. 올 사람을 기다리는 그 기다림마저도 어딘지 모르게 허전하다.
문득 지나간 옛날의 명절들이 떠오른다. 온 집안이 사람 사는 냄새로 북적이고, 기름 냄새와 웃음소리가 뒤섞여 가만히 있어도 명절 분위기에 가슴이 들뜨던 그 시절. 손꼽아 기다리던 설렘이 있었고, 마주하는 얼굴마다 넘치던 정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명절은 이름만 같을 뿐, 그때의 온기도 색깔도 아니다. 세상은 변했고, 사람들도 멀어졌으며, 명절이라는 날이 주는 무게도 참 많이 가벼워졌다. 옛날처럼 마냥 설레지도,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도 없는 이 기묘한 괴리감이 마음을 더 쓸쓸하게 흔들어 놓는다.
갈 곳이 없어 머무는 것이 아니라, 마음 둘 곳이 마땅치 않아 제자리를 맴도는 하루. 옛 추억과 차가운 현실의 중간 어디쯤에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이다.
오늘 하루쯤은 이 허탈하고 쓸쓸한 공기를 억지로 떨쳐내지 않으려고 한다. 그저 내 마음속에 가만히 고여 있는 이 그리움과 외로움을 있는 그대로 가만히 들여다보며, 조용히 흘러가는 시간을 흘려보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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