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하기 때문에 가장 진귀하고 아름다운 것임을

in #avle-pool4 days ago

화면 캡처 2024-06-27 220521.jpg

Bildnis eines Cactus , 1933

아름다운 것 매혹적인 것은 다만 하나의 숨결 한바탕 소나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진귀한 것 황홀한 것 화사한 것이란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구름 꽃 비눗방울 불꽃놀이와 아이들의 웃음소리 유리 거울 속 여인의 눈길 그리고 많은 다른 신기한 것들 그 모든 것들은 보자마자 파멸 해 간다는 것을 한 순간만 지속될 뿐 다만 냄새와 바람 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아 그것을 우리는 비감(悲感)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지속하는 것 확고한 것은 우리에겐 별로 진정한 가치가 못되니 서늘한 불을 뿜는 보석과 번쩍 거리는 육중한 금괴들이 심지어 헤아릴 수도 없는 별들도 낯선 데다 멀리 머물러 있다. 그것들은 우리 무상한 존재 들과는 닮지 않아 영혼 가장 깊숙한 곳까진 도달하지 못한다. 오히려 가장 진정한 아름다움 가장 진귀한 것은 파멸에 기울어져 항상 죽음에 근접해 있다. 그러니 가장 값진 음악 소리는 생성과 함께 어느새 조급히 서둘러 이미 스러져 간다. 그도 다만 나부낌이며 흐름이고 내몰아감이니 나지막한 오열에 감싸여 심장박동 순간 만큼도 머무르려 하지 않고 추방 당해 음 하나하나 튕기자마자 어느새 사라져 곧바로 흘러간다. 그처럼 우리의 마음은 굳건한 것이 아니라 확고히 지속적인 것이 아니라 찰나적인 것 흘러가는 것에 삶에 충직하여 형제처럼 저를 내맡긴다. 지속되는 것에 우리는 이내 염증을 느낀다. 바위와 별 세계에 그리고 보석들에 우리 영원한 변화 속에 떠도는 존재들 바람의 그리고 비눗방울의 넋들 시간과 혼인을 맺은 지속을 모르는 존재인 우리, 장미꽃 잎 위에 앉은 이슬방울 새 한 마리의 구애의 지저귐 구름의 유희가 소멸해 가는 것 눈 꽃의 아른거리는 무늬 그리고 무지개 이미 날아가 버린 나비 아이들의 웃음소리 이 모두 잦아들며 우리를 스치자마자 어느새 하나의 축제를 의미하는 것들을, 아니면 슬프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우리는 사랑한다. 우리와 닮은 것을, 그리고 이해하는 것을, 바람이 모래 위에 써 놓은 것을,
 
모래 위에 써놓은

소멸하는 것을 직접 볼 수 있다면 무한한 자비심이 일어난다는 달라이 라마의 법문을 들은 적이 있다. 이제서야 겨우 끄덕거릴 수 있겠구만.


헤세의 마음을 엿보다


시작하며 | 헤세의 연금술 | 뻐꾸기 소리는 배신하지 않는다. | 인내심 놀이 | 노인의 향기 | 50세 헤세의 유머 | 헤세가 죽기 전 날 밤 썼던 시 | 바람 결의 감촉 | 다시 시작하는 가을 몸맞이 | 내몸 아닌 내몸 같은 | 색채보다 감촉 | 닮은 꼴의 헤세와 융 | 방외 화가 두 사람의 풍경화 | 헤세가 사랑한 음악 1 | 헤세 정신의 곳간 | 요즈음 젊은 것들은...과 변화에 발맞추기 | 하리 할러의 꿈을 분석하며 (황야의 이리1) | 헤세의 아니마(황야의 이리2) | 왜 사냐면 웃어야지요(황야의 이리3) | 융의 분석심리학 적용 (황야의 이리4) | 융의 분석심리학 적용 (황야의 이리4) | 융의 분석심리학 적용 (황야의 이리4) | 괴로움과 번뇌속의 위안 | 기억의 가치 | 우주는 조바심에 가득차 있다 | 죽음에 관한 단상 | 가면 살이 | 백일홍 쇠퇴기 | 우주는 조바심에 가득차 있다2 | 인욕 바라밀과 쾌락의 줄다리기 | 죽음과 탄생 즐기기 | 부드러운 오기 | 아름다운 이기주의 | 잡생각의 미학과 예술 | 노인이 되어가는 | 노년의 덕목 | 유리알 유희(Das Glasperlenspiel) | 예배당이 있는 곳 | 인플루언서란? | 기억의 궁전 | 마음 운용의 기술 | 그대로의 모습 | 그래도 은밀히 우리는 갈망한다.| 모두가 꽃 다운 일생이어야 함을 | 행복 | 흉몽(凶夢) | 익숙한 고통 | 나로 존재하는 법 | 휴식은 없다 | 문(門)을 통한 성찰 | 오 그처럼 늦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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