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박두(開封迫頭) - 제14회 디아스포라영화제 (14th Diaspora Film Festival) (2026.05.22 ~ 2026.05.26)

제14회 디아스포라영화제
14th Diaspora Film Festival
분산과 이산의디아스포라
디아스포라(Diaspora)는 과거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도, 자신의 문화를 지켜온 유대인의 삶을 지칭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디아스포라의 의미는 분산과 이산, 또는 동일한 것이 흩어진다는 의미로 그 범주가 축소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우리는 난민, 추방, 실향, 이민 등 다양한 형태의 이주를 경험하는 중입니다. 또 그 속에서 서로 충돌하면서 연대하는 다양한 소수자들의 정체성과 만나고 있습니다.
이제 디아스포라는 ‘이국’의 정취만을 의미하지 않고 다양성을 기반으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디아스포라는 공존의 가능성을 성찰하는 의미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의디아스포라단일민족의 신화가 굳건한 한국에서 디아스포라는 늘 우리와 함께했지만 좀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식민지 조선을 떠난 재일조선인과 고려인, 한국전쟁의 실향민과 이산가족, 산업화 시기 독일로 떠난 재독한인간호사와 광부까지. 민족의 역경과 그것을 이겨낸 긍지를 강조했던 한국 사회에서 코리안 디아스포라 개개인의 삶은 쉽게 잊혀졌습니다.
한편, 내전의 참상을 피해 한국을 찾아온 예멘 난민, 베트남 전쟁과 경제적 위계에서 태어난 라이따이한과 코피노는 한민족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지워졌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우리와 다른 ‘외부’의 존재라는 이유로 줄곧 혐오의 대상이 되어왔습니다.
그렇다면 결혼이주여성의 신분증 속 ‘대한민국’과 이주노동자가 제조한 상품의 ‘메이드 인 코리아’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그것은 우리 스스로 단일민족 국가라고 믿어왔던 대한민국이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하고 불균질한 구성원으로 가득한 공동체였다는 사실입니다.
환대의 도시,인천
인천은 문호를 개방한 이래 이주와 이민의 중심지였습니다. 1902년 한국 최초의 이민선이 인천항에서 하와이로 떠난 후, 1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수많은 사람이 항구와 공항을 통해 떠나며 들어옵니다. 한 세기의 기억을 통해 떠나고 들어오는 많은 이들의 설렘과 슬픔, 그리고 그들의 문화를 함께 품는 도시, 인천. 하늘과 바다를 통해 들어온 다양한 정체성과 함께하며 살아가는 이곳, 환대의 도시 인천에서 디아스포라영화제를 개최합니다.
- 일시 : 2026년 05월 22일(금) ~ 2026년 05월 26일(화)
- 장소 : 인천아트플랫폼, 한중문화관, 애관극장
- 티켓가격 : 무료
자세한 내용은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을 참고하세요.
개막작
2022년 9월. 20대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된 후 폭행으로 숨졌다. 그의 죽음을 지켜본 수많은 이란 여성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히잡을 벗어던지며 그를 추모했다. 이슬람 공화국이 들어선 이후 이란 시민들은 민주화를 향한 열망으로 체제에 꾸준히 저항해 왔지만, 이 ‘여성, 생명, 자유’ 운동은 이란 사회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일으키며 전국 시위로 확산되었다.
2025년 6월. 이란과 미국의 핵 협상이 결렬되고 이란이 무기급 우라늄 농축을 감행하자, 이스라엘은 핵시설 무력화를 명분으로 이란 전역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12일 전쟁’의 충격과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 시민들의 불안은 반정부 시위로 이어졌다. 이슬람 혁명 수비대는 시민을 향해 발포를 시작했고 국가 인터넷망을 차단하면서 이란 시민들은 고립된 채 죽어갔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은 1980년 대한민국의 광주였다.
2026년 2월. 이란 정권의 무자비한 자국민 학살을 빌미로 미국의 트럼프와 이스라엘의 네타냐후는 ‘시민 해방’과 ‘정권 교체’를 명분으로 또다시 대대적인 폭격을 감행했다.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으나 그의 아들 모즈타바가 그 빈자리를 세습했다. 4만여 명의 시민이 민주화의 염원을 품은 채 스러졌으나, 체제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내부의 억압과 외세에 의한 전쟁이라는 이중고는 이란 시민들을 깊은 좌절에 빠트렸다.
제14회 디아스포라영화제는 이러한 이란의 현실과 이들의 이야기를 국내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하며 이란 시민과 연대하기로 결정했다. 〈창문의 빛〉, 〈친구처럼, 사슴처럼〉, 〈테헤란에서 나 홀로〉는 억압된 이란 사회를 재현하며 자유를 향한 이란 시민의 의지를 다양한 형식으로 담아낸다. 이 절망스러운 현실 속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곧 투쟁이자, 삶을 지속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세 편의 영화를 개막작으로 상영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전쟁 중인 이란 감독들과의 소통은 불가능했다. 개막작임에도 상영이 성사되기까지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 달여의 기다림 끝에 비로소 이 영화들이 우리와 함께하게 되었다. 물론 우리의 기다림은 이란 시민이 감내하고 있는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서울에는 ‘테헤란로’가 있다. 테헤란에는 ‘서울로’가 있다. 두 도시를 잇는 이 길들이 마음으로 이어지길 간절히 바라본다. 제14회 디아스포라영화제의 세 편의 개막작을 통해 이 지구의 모든 생명이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나눌 수 있기를 기원한다. (이혁상)
테헤란에서 나홀로
* 다큐멘터리/실험
* 이란
* 15분
* 12세이상관람가
2025년 6월, 이스라엘이 이란을 폭격하고 아멘 사라에이 감독은 홀로 테헤란의 한 아파트에 남는다.
집안에 준비된 비상용 가방은 이미 비상사태가 상례가 된 일상을 말해주지만, 이후 12일 전쟁이라 불린 이 분쟁은 그녀의 말처럼 모든 것을 사라지게 할 것만 같다.
그녀는 자신의 손에 들린 핸드폰으로 기록을 시작한다.
그렇게 비디오 다이어리와 즉흥적 모노드라마를 혼합한 단편 〈테헤란에서 나 홀로〉는 전쟁의 한가운데서 겪는 심리적 고립과 좌절, 인간적 유대에 대한 갈구를 가장 가감 없는 어조와 문법으로 증거한다.
정전이 된 아파트 안으로 포성이 들려오고, 카메라 앞뒤를 오가는 감독은 좌절과 공포의 감정을 감추지 않고 드러낸다.
그리고 포화와 포성이 가득한 거리를 건너 이웃의 노인을 만나 오로지 공중 폭격의 형태로만 자행되는 이 전쟁의 무책임한 폭력이 앗아가는 것들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눈다.
슬픔과 애정, 위트가 뒤섞인 그 대화는 단순한 위로의 말들이 아니라, 어떤 미래도 약속하지 않는 폭력 앞에 무방비하게 던져진 이란인들이 남기는 호소이자 경고처럼 들린다.
이 처절한 생존의 증언을 목도하고도 침묵한다면, 모든 것은 결국 사라져 버릴 것이라고.
정말로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친구처럼, 사슴처럼
* 애니메이션
* 이란
* 13분
* 12세이상관람가
이 영화는 알베르 카뮈의 1957년 단편집에 수록된 「손님」을 연상케 한다.
알제리 전쟁 와중 한 고원의 학교 교사가 아랍인 죄수를 인계받으며 경험하는 도덕적 딜레마를 다룬 카뮈의 작품은 인간의 나약함과 자유의 문제를 담아냈다.
얼개는 유사하지만 분명 초점은 다르다. 카뮈가 실제 현실 사건을 끌어들여 질문을 던진다면, 〈친구처럼, 사슴처럼〉은 사슴 얼굴을 한 존재를 등장시킴으로써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방식으로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의) 제도, 제도와 자연이 맺는 부조리한 삼각관계를 드러낸다.
이 작품의 너무도 인상적인 조감도는 제도에 속박된 인간, 그런 인간에게 속박된 자연, 그런 자연에 속박된 인간이라는 서글픈 운명을 감지하게 한다.
학교 선생은 자연을 해친 이를 죽여 죄수가 된 친구 사슴에게 친절을 베풀지만, 제도 안에서의 삶은 마지못해 사슴을 형장으로 데려가도록 한다.
그런데 선생이 사슴을 갈림길에 데려다 놓았을 때, 사슴의 운명은 감옥이냐 망명이냐 하는 기로에 직면한다.
사슴의 선택과 걸음이 우리에게 전하는 것은 무엇일까?
창문의 빛
* 드라마
* 이란, 스페인
* 15분
* 12세이상관람가
강렬한 태양빛이 모든 윤곽을 날카롭게 드러내는 중동의 사막지대에서, 이란 전통 색유리 창인 오로시(Orosi)는 빛을 가두는 대신 부드럽게 흩뜨리는 장치로 기능한다.
색유리 창을 통과하며 굴절된 햇빛은 내부를 보호하면서도 외부와의 연결을 완전히 끊지 않는다.
〈창문의 빛〉의 원제이기도 한 ‘오로시’는 이 영화에서 단순한 건축 요소를 넘어, 경계와 통과, 차단과 변형의 은유로 작동한다.
이란에서 국경을 넘으려다 경찰에 붙잡힌 한 여성 음악가 역시 그러한 문턱 위에 놓인다. 이동이 금지된 시간 속에서 그녀는 외부로 나아가는 대신, 내부로 스며드는 감각에 천천히 귀 기울이기 시작한다.
오로시가 바깥의 거센 빛을 그대로 들이지 않고 한 번 걸러 흡수하듯, 그녀 또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폭력적인 현실을 예술의 언어로 번역해 나간다.
국가적 억압이 개인의 감정과 표현을 어떻게 가로막는지 섬세하게 비춘 이 영화는, 자연스레 2022년 이란 전역을 뒤흔든 마흐사 아미니 시위를 상기시킨다.
여성의 몸과 자유를 통제하는 권력에 맞서 거센 저항이 분출되었던 것처럼, 억압은 어떻게든 새로운 진동을 만들어 낸다. 영화는 물리적 경계를 넘어설 수 없는 상황일지라도 예술이 또 다른 ‘출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포착한다.
상영작
디아스포라 장편




디아스포라 단편






디아스포라 인 포커스

디아스포라의 눈

시네마 피크닉

디아스포라영화제 X 토론토 릴아시안국제영화제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