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영성] 허공에 매달린 녹색 그리스도 -1

in #bloglast year (edited)

스페인 몬세라트 수도원의 검은 성모마리아가 발견되었다는 신성한 동굴(Santa Cova)에 들어섰을 때 녹색 톤 피부(사파이어 빛이기도 함)의 예수가 십자가 없이 허공에 매달린 채로 검은 성모마리아(모조품 상)를 등지고 있는 것이 자못 흥미로웠다. 흰색이 아닌 검은 피부의 성모 마리아도 이색적이었으니 지금까지 이해하고 있던 전통 가톨릭 아이콘과 모습이 자못 다르게느껴졌기 때문이다. 우리의 불교 수용 과정에서처럼 당시 민속 신앙과 합쳐진 문화 토착화겠지 생각하였다. 실제 우리의 천주교에서 한복 입은 성모 마리아나 아기 예수를 그린 작품들도 간혹 눈에 띄긴 하다. 그렇다면 더 이상하다. 아프리카의 여느 아줌마 같은 마리아와 아바타 색 그리스도가 도저히 스패니시하지 않을 것 같으니 도대체 왜 그렇게 조성된 것인지 의문스러웠지만 아담하고 소박한 동굴에서 풍겨지는 분위기가 내게는 아늑하고 좋아서 나의 배낭 영성 여행지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얼마 전 융의 자서전을 읽다가 이에 대한 실마리를 찾았다. 1,000여 년 전 검은 성모마리아가 발견될 당시의 원형 상태로 그대로 보존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지금 이 동굴 성당의 인테리어는 연금술에 대한 안목이 적용 되었음에 틀림없다. 먼저 융이 본 그리스도 환영에 대한 해석을 그대로 전제한다.

1939년 나는 이그나티우스 로욜라의 '영성훈련'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바로 그 무렵 나는 '심리학과 연금술'의 저술을 위한 연구에 몰두해 있었다. 어느 날 밤 잠에서 깨어나 침대 아래 환한 빛에 휩싸여 있는 십자가상의 그리스도 형상을 보았다. 그것은 실물 크기는 아니었지만 아주 뚜렷한 모습이었다. 나는 그리스도의 몸이 녹색 금으로 만들어진 것을 보았다. 그 모습은 영광스러웠지만 동시에 충격적이었다. 그러한 환상은 나에게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나는 최면과 비슷한 상태에서 생생한 이미지들을 자주 보기 때문이다.
 
그 무렵 나는 '영성훈련'에 나오는 명상의 하나인 '그리스도 아니마'에 관해 많이 사색하고 있었다. 그 환상은 내가 사색을 하는 가운데 뭔가를 간과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듯했다. 즉 나는 연금술의 '비상한 금'과 '녹색의 금'이 그리스도와 유사하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것이다. 내 환상이 이러한 연금술의 핵심 상징을 가리키고 있고 그것이 본질적으로 연금술적인 그리스도 환상임을 이해하게 되자 마음이 놓였다.
 
녹색 금은 연금술사들이 인간뿐 아니라 무기물에도 존재한다고 여긴 생동하는 본성이다. 그것은 생명의 혼, 즉 '세계혼' 또는 '대우주의 아들', 전세계에살아 있는 '안트로포스(Anthropos: 원래는 인간, 인류라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좀더 근원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음)'를 표현하고 있다. 이 혼은 무기물에게까지 부어진다. 그것은 금속에도 돌에도 존재한다. 그러므로 나의 환상은 그리스도 형상이 물질 속에 있는 그의 유사물 즉 대우주의 아들과 합일한다는 사실을 보여준 셈이다.
 
그 녹색 금이 내 눈에 띄지 않았다면 나의 '기독교적' 관점에서 무언가 본질적인 것이 빠졌다고 가정하게 되었을 것이다. 다시말해 나의 전통적인 그리스도 형상이 어딘가 부족하므로 나는 아직도 기독교적인 발달을 좀더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환상에서 금속이 강조되는 바람에 거짓없는 연금술적인 그리스도 개념이 영적으로 살아 있는 것과 육체적으로 죽은 물질의 합일로서 나에게 제시되었다.

참고로 융은 그리스도를 연금술적으로 해석하여 그 당시 가톨릭 성직자들로부터 심한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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