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해도 괜찮아
부천에서 시작하는 영동 고속도로를 타고 월곶 즈음 지나갈 때 고속도로 위로 건설 중인 고가도로를 보게 된다. 언제 공사가 시작된지 확실치 않지만 대략 1년전 즈음인거 같다. 매달 초일에 어머니 추모공원에 가다보면 공사의 진행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데 한달마다 조각조각 이어지던 고가도로가 이번달에는 거의 이어졌다. 늘상 보게되는 나무에서 꽃이 피고 지며 잎이 열리고 색이 물들어가는 과정을 살피면서 자연의 점진적인 변화를 느끼긴 하지만 그렇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인공의 에너지가 들어가지 않으니 그러려니(然) 하는 스스로(自)의 활동은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기 때문이다. 이른 새벽 산티 스투파에 올라서 레 시내를 조망하는 가운데 2년전 봄에 보았던 자연의 2년간의 거시적인변화를 인식하지 못했다. 그저 계절적 차이정도랄까? 그런데 몸체를 어느정도 갖추어 공사중인 건물을 보면서 마자 2년전 봄에는 뼈대만 있었지. 벌써 이렇게 지어졌구나.
그런데 생각해보니 벌써가 아니다. 아직도인 것이다. 영동고속도로에서 지어지는 고가도로는 여기에 비하면 빛의 속도로 지어지는 셈이다. 이걸보고 여기 사람들의 느긋함을 보고 속터지겠다 생각하는 나의 마음을 보며 한국의 유전인자는 역시 빨리빨리 근성을 벗어나지 못하는구나 생각되었다. 여기 뿐만 아니라 레에서 공사하는 대부분의 건조물이 2년전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도 같다. 어쩌면 이게 정상이다. 예전 2002년 월드컵때였던가 아니면 IMF이후 였던가 Dynamic Korea라고 떠들었던 기억이 있다. 이제 이런 조급함은 사라졌으면 좋겠다. 나는 고속화 대한민국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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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peterchung, what a fascinating reflection on time and progress! I love how you juxtapose the rapid development in Korea with the more deliberate pace of life in Ladakh. The contrast between the nearly completed overpass on the Yeongdong Expressway and the slow-moving construction in Leh really highlights the "hurry-up" culture so prevalent in South Korea.
Your observation about "Dynamic Korea" and the desire to move away from that frantic pace resonates deeply. It's a thought-provoking commentary on the value of slowing down and appreciating the present. Thank you for sharing these insightful thoughts and beautiful photos from your travels. I'm hooked and already looking forward to the next installment of your Ladakh travelog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