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의 마지막 날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11 months ago (edited)


라다크 여정에 기대 이상으로 만족했지만 기후가 협조적이지 못해서 살짝쿵 아쉽다. 현재 묵고 있는 빠루 게스트하우스(PALU guesthouse) 큰아들 스탠진에 의하면 작년 이시기 라다크는 몹시 더웠다고 한다. 그런데 올해는 이상하게도 너무 춥고 비가 많이 와서 정말 기후변화가 걱정된다고 말한다.

올해는 계묘(癸卯)년이다. 궁금해서 전통 기후학인 오운육기(五運六氣) 이론을 빌려 올해 기후 상황을 살펴보았다.

6개의 계(癸)년은 복명(伏明, 밝음의 기가 죽었음)의 해다. 이 해에는 화운(火運)이 불급하여 한기(寒氣)가 성행한다. 계묘년 전반의 특성과 나타나기 쉬운 병증

풀어 쓰자면 전반적으로 날씨가 추울 것인데 여름에는 많이 덥지 않고 겨울은 오히려 별로 춥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또 올해 유행하는 병의 특성을 인용하자면,

이때 병이 들면, 흉통이 있고 옆구리가 그득하며 가슴, 등, 어깨, 견갑, 양팔의 안쪽이 아프고 울모(鬱冒)가 되며, 심통이 있고 갑자기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계묘년 전반의 특성과 나타나기 쉬운 병증

그러고 보면 @zenzen25 님이 한 달여 동안 잦은 잔기침으로 옆구리 통증이 생겨 오랬동안 개고생하고 있던 게 이해된다. 다행히 지금은 나아진 것 같지만 그녀는 아픈데도 씩씩하고 유쾌하다. 칵테일을 말면서 마냥 행복해 하는 거 보면 어떤 병도 그녀를 막을 수 없을 것 같이 천진난만하고 으른스럽지만 귀엽다. @choonza 팀의 특별한 삶의 방식을 볼 때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구나 하고 자괴감에 빠진다. 그녀들의 노마딕 라이프 시작이 공교롭게도 내가 퇴사한 시기와 거의 겹친다. 그녀들이 호기심과 그까이 꺼의 당찬 마음가짐으로 전 세계를 휘젖고 다닌 15 여 년 동안 나는 방에만 틀어 밖혀 책만 보면서 지적 유희를 즐겼을 뿐이니 세상 참 모르고 살았다. 형님께서 간혹 나에게 사고가 많이 편협해 졌다고 질책하셨던 게 그녀들의 삶을 직접 체험하면서 비로소 이해 되었다. 그녀들은 (외모 빼고 그렇지만 정신적 외모는, 음... 그러고 보니 외모도) 참 아름답다. 인간은 홀로 살 수 없으니 다양하게 많은 사람을 만나봐야 한다.

한국에서도 요즈음 감기 걸리면 이런 증상이 많다고 한다. 이러한 전통 이론 의학이 현대 시대에도 적용되는 것을 보면 전통 기후학과 의학을 함께 고려하여 저술된 초창결을 꼭 살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정되었던 델리 항공편이 취소됨에 따라서 덤으로 일주일을 라다크에 머물게 되었는데 별이 쏟아지는 천문대가 있다는 한레(Hanle)에 갈수 있어서 내심 기대했다. 그러나 구름끼고 바람부는 날씨 때문에 이 기대마저도 뭉게 졌다. 고산 지역에서 별을 아주 많이 관찰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는데 다음 기회로 미루고 떠날 수 밖에 없다. 다만 내 스마트 폰이 최신형으로 망원경급 달 사진을 포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으니 그것으로 만족한다. 역시 사람은 젊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록 좋다.

라다크 달에 새겨져 있는 검은 토끼(癸卯)가 얄밉기만 하다.


라다크 여행 일지


쫄보의 지성 | 고산증 예습 | 고도의 향기(Scent of Altitude) | 별바라기 | 종자생현행(種子生現行) | 타라보살의 시험과 은총 | 룽타와 고도의 향기 콜라보레이션 | 라다크의 개그지들| 으르신 같은 영혼들 | 푹탈 곰파로 다가가는 길목에서 | 푹탈곰파는 아직 아니야 | 고산지대의 경고 | 관개 농법의 라다크 채소 농사 | 라다크에서 머피의 법칙이란? | 폐허 아닌 폐허 같은 | 라다크 농가의 낭만 | 생명 창발(Emergence)의 현장에서 | 그 많은 똥 더미를 누가 다 쌓았을까? | Shanti Stupa의 불상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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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chung 님 현재 upvu.org 에 로그인 관련해서 문제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관련하여 아래의 포스팅처럼 하시면 됩니다.

https://upvu.org/hive-141202/@realmankwon/upvu-upvu-2-0

추가로 계속 문제가 생기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1 months ago (edited)

감사합니다. 최근 에이블로 작성하느라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지금 보아서는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사용하다가 문제가 되면 @realmankwon 님께 문의드리겠습니다. 아무쪼록 에이블과의 이슈가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에이블이 기획한 대로되어 스팀의 가치가 높아지면 그것만큼 좋을게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한 개인의 입장에서 업뷰에 대해서 거짓, 허위, 비난을 매일같이 하는 것을 보면서 그에 대해 팩트만 얘기한 것을 진흙탕 싸움으로 여기는 것 자체가 좀 안타깝네요.
저희는 여전히 싸움이라기 보다는 사실에 대한 검증을 하고 비난을 멈추기를 바랄 뿐이지만 저희 바람대로는 안 될 것 같아보입니다.

앞으로도 대화다운 대화는 하기 힘든 상대인 듯하여 뭐라고 하든 저희는 스팀에 좋은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더 집중하려고 합니다.
판단은 스티미언분들이 하시리라 믿습니다.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라다크 여행이 미지의 영역처럼 느껴집니다. 여행 일정이 늘 안전하길 바랍니다.

너무나 부러운 여행입니다.

마치 다른 세상에 계신 것 같아요. 춘자님도 젠젠님도 만나 뵙진 못했지만 만난다면 저 역시 부끄러움에 고개숙여질 그런 분들일 듯..

기후온난화라고만 생각했는데..전통기후학이라니..정말 조상들의 지혜란..지금의 기술만 없었을뿐이지..지금보다 더 지혜로우셨던 것 같아요. 지금은 제로썸이 확연히 존재하는..아니 오히려 이득보다는 실이 많아지는 기술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쪼록 건강히 행복한 여행되세요..근데 전 15년동안 책 읽으신 것도 부럽네요^^ㅎㅎ

'라다크'라는 곳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로운 여행 희망지가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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