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지궈긴다.

in zzanlast year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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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지궈긴다./cjsdns

새가 지궈긴다.
무슨 새인지도 모르겠는데 어둠이 잔뜩인 이 새벽에 지저귄다
잠이 덜 깬 나도 말을 흐물 댄다
지궈긴다 인지
지저귄다인지
아님 다른 그 무엇의 말이 있을 거 같은데 생각이 안 난다.

조종천 숲 속 어디선가 놀랜 토끼모양 꿩이 소스라치듯 자기가 꿩이라며 외마디 비명 같은 소리를 외친다.
내가 지나가서 그렇까 새들이 손돈대는 소리도 들린 거 같은데 발자국 소리에 잠잠해진 개구리처럼 적막감이 든다.
꿩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걸 아는지 외마디 비명이 아니라며 꿩~꿩~한다.

그렇게 적막함은 깨진다.
그사이 어둠은 슬그머니 도망치듯 사라지며 날은 밝아오며 아침인사를 한다.
그래도 아직은 이른 시간이다.
새들도 이야기하는 게 소곤거리듯 한다.

산 넘어 산 넘아 구구새는 운다더니
구구새 소리도 들린다.
선생님도 너무 하지 청산도를 외워 오라니
청산도를 갔다 오라면 그것이야 시간 내서 다녀오면 되지만
박두진의 청산도를 외워 오라니 그 시가 짧기나 하냐고
어떻게 외워야 할지 그믐 밤 칠흑 같은 밤거리에 내몰린 기분이다.

그래도 어쩌랴, 자업자득 아닌가
저절로 될 줄 알고 시 낭송반까지 욕심을 냈냐며 자문하면, 내 안에 착하디 착한 나는 그건 아닌데요 라며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이를 악물 기세인데 악문다고 될지 모르겠다.

청산도 박두진

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
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
숱한 나무들, 무성히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살은 내려오고,
둥둥 산을 넘어, 흰구름 건넌 자리 씻기는 하늘,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너머서 골* 골짜기서 울어 오는 뻐꾸기…….

여기 까지가 1 연이다.
1연이라도 외우면 좋겠는데
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
철철철 하다 보면 그만 막힌다.

탱크를 막겠다며 해 놓은 방어선도 보면 평상시는 통할 수 있게 해 놓았던데 눈앞에 있지도 않은 방어막은 철철철을 넘어서지 못한다.

외우라는 청산도는 못 외우며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조상의 빛날 얼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는 자주독립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는 인류 공영에 이바지할 때다 라며 언제 적 국민교육 헌장을 소환한다.

그것 외우기도 손바닥 맞아가며 한 거 같은데 지금 선생님은 손바닥은 때릴 줄 모르고 청산도를 외워서 멋지게 낭송하면 자존감이 확 살아난다는데 과연 그게 될까
남자의 자존심은 지구력 지구력이라는데 뭔 말인지 이제는 모르겠고 무너진 시인의 자존심을 청산도로 일으켜 세워봐,

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
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
숱한 나무들, 무성히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살은 내려오고
둥둥산을 넘어 흰구름 건넌 자리 씻기는 하늘,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너머골 골짜기서 울어오는 뻐꾸기...

잘 안된다.
그러나 해야 한다.
여수 가는 차 안에서 오늘 1연이라도 외워야 하겠다.
여수 가는 길에서 청산도를 외우며 가자
잠도 안 자고 지저귀는 새처럼 끊임없이 읊조리면
뭐가 돼도 되겠지...

2023/04/19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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