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잡기 23-9] 거장과 마르가리타1,2(미하일 불가코프)
예전 러시아 소설은 영어로 번역된 것을 서양 문물에 빠른 일본인들이 번역했고, 그걸 또 한국어로 번역했다고 한다.
그러니 얼마나 오역 투성일지 짐작이 된다. 지금은 전문 번역가가 활약하니 다행이다.
이전에 읽었던 <세상은 묘지 위에 새워져 있다>라는 책에서 이 작가 이름을 들었고, 톨스토이에서 멈춘 러시아 문학의 지평을 넓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SF적 요소가 다분한 작품이라서 호불호가 있겠다. 나 역시 사실주의적인 작품을 좋아하는지라 재밌지는 않았지만 시대를 감안하면 상상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1차 세계대전과 여러 혁명 시대를 거쳐 오면서 분명 편향된 이념을 강요 받았을텐데 이런 툭이한 작품이 환영을 받았을 리 없다.
평단의 혹평이 이어졌고, 불가코프를 반대하는 모임이 있었다고 한다. 작품 속에서는 문인협회와 비평가들의 뻔뻔함과 허세를 폭로하는 정도가 아니라 건물을 불태워버린다.
줄거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어느날 모스크바 거리에 볼란드 일당이 나타났다. 검은 망또를 둘러 쓴 마술사인 그는 수하에 넷을 거느렸다. 검은 고양이 베헤못, 초록 나체 소녀 헬라, 깨진 안경의 코로비예프, 빨간머리에 송곳니 아자젤로.
이들은 볼란드를 주인으로 섬기며 그의 명령에 따라 사람들을 속이고 변신시키며 도시를 소동에 몰아 넣는다. 그들이 택한 장소는 가장 인기 있는 극장이었으며 허영에 찌들은 사람들을 발가벗긴다.
볼란드 일당의 소동 때문에 연루되어 정신병원에 감금된 시인이 있는데, 그 옆방에 먼저 감금되어 있던 사람이 바로 거장이다. 그는 마르가리타라는 여자와 사랑하는 사이었고 놀라운 작품을 썼는데 비평가들의 멸시 속에 정신착란 증세에 빠진 거다.
그의 위대한 작품은 바로 예수에게 사형을 언도한 빌라도 총독에 관한 내용이었다. 빌라도는 지나치게 과한 형벌을 내린 자신의 판결과 한번 만나본 예수가 '비겁함'이 가장 나쁘다는 말에 걸려 불면증과 괴로워한다.
볼란드는 마술로 마르가리타를 여왕으로 만들어 온갖 죄를 저지른 추악한 인간들의 인사를 받도록 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거장을 만나게 해 준다. 말을 타고 밤 하늘을 날며 세상을 내려다 보고, 빌라도의 저 예루살렘의 궁전까지 보여 주면서 시공을 초월한 시선을 전개한다.
작가는 실지로 극장에서 여러 작품을 각색하여 올렸고 소설도 여러 편 썼다. 그 전에는 군의관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두번 이혼 했던 거 같고 49세라는 이른 나이에 지병으로 사망했다.
늘 생각하는 바이지만 원어로 읽으면 얼마나 더 상큼한 문장일까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번역이 유려한 편이다.
추천할만큼 재미난 작품은 아니지만, 공상과학 소설을 쓰려는 사람들에게는 필요해 보인다.
미하일 불가코프 / 박형규 역/ 문예출판사 / 2004(원 1940) /각 9500/장편소설
#미하일 불가코프 #러시아 소설 #거장과마르가리타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넷플릭스에서 원작 잘 살려서 드라마로 나와주면
흥미진진할거 같아요 ~~!!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요. 러시아가 전쟁만 안 일으켰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