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농 끄적임 : 4月

in #kr-diary8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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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1. 히가시노 게이고, '그대 눈동자에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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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여자아이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라 말하며 빌려준 책이다.
'그대 눈동자에 건배'는 히가시노의 단편 소설집으로 장편을 위한 그의 실험적인 소설을 엿볼 수 있다.
단편이지만 나름의 반전이 있어 가볍게 읽기 좋았다.

나는 중학생 때 에쿠니 가오리를 좋아했다고 말해주었다.
도서관에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모두 빌려 읽곤 했다고.
좋아하는 작가가 있음을 추억으로 꺼낼 수 있는 게 새삼 큰 의미로 새겨진다.
이 아이에게도 히가시노 게이고가 좋아 그의 책을 모으던 이 때를
삶의 소중한 혹은 든든한 추억으로 생각하겠지.
그나저나 히가시노 게이고는 참 책을 많이 쓴다.

2. 하겐다즈 라벤더&블루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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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겐다즈 리미티드 에디션. 체리블라썸에 이어 라벤더&블루베리를 발견하고 흥분했다.
두 통을 사오려다 자제해 한 통만 사왔다.
아이스크림 덕후인 우리 둘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한 입을 떴다.
혹시 홋카이도에서 먹었던 라벤더 아이스크림 맛이 나면 어떡하지? 너무 기대가 된다.
아. 인공적인 라벤더 향이 가득하다.
원래 베리 류를 싫어하는 그는 한 입 먹더니 아, 이건 별로 라고 하며 자리를 뜬다.
흥. 그래도 연보라빛의 아이스크림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나는 이 아이를 예뻐하기로 한다.
맛만 있구만.

3. 일랑일랑
엄마가 샵에서 발라 주는 일랑일랑 아로마 향에 빠졌다.
몸에서 일랑일랑 향이 나는 게 너무 행복하다며 내게 향수를 알아보라 했다.
안타깝게도 오롯이 일랑일랑 향만 나는 향수는 찾기가 힘들어
결국 인터넷으로 아로마 오일을 주문했는데
친구의 선물을 사러 간 캔들샵에서 롤 형태의 희석된 일랑일랑 아로마향수를 드디어 발견했다.
두 개씩 사고야 말았다.
사실 화려한 엄마의 취향과 보다 밋밋한 나의 취향은 주로 일치하지 않을 때가 많았다.

은은한 꽃향의 일랑일랑이 우리 둘의 취향을 일치시킨 것일까.
아니면 이젠 다른 곳에 사는 엄마와 같은 걸 쓰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일까.
내가 떠난 게 슬퍼 내 곁으로 이사오고 싶다고 말하는 엄마를 보면
뭘 그렇게까지 하는 마음과 애틋한 마음이 동시에 든다.
화려하고 큰 모습으로 나를 지켜주던 엄마를
내가 안고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 확실히 나이가 들었나보다.
(아, 얼마 전 홈쇼핑에서 엄마와 나눠쓰려 주문한 견미리 팩트도 도착했네)

4. 바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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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꼴라를 뽑고 새로 뿌린 바질 씨앗이 싹을 틔웠다.
씨앗이 작으니 흙과 섞어 뿌리라는 지시를 충실히 따른 탓에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 모두 다른 속도로 싹이 난다.
구석에서 힘들게 싹을 틔운 놈
키는 작지만 보다 큰 잎을 자랑하는 놈
키는 큰데 건드리면 쓰러질 것 같이 여린 놈
아직도 흙 속에 파묻혀 겨우 일어나고 있는 놈.
보기에 하나같이 기특하고 예쁘다.
크기도 속도도 다르겠지만 모두 각자의 모습으로 아름답게 성장할 놈들.
신이 우리를 보고 딱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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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ne apetite

엊그제 제가 경포대 이야기에 그대눈동자에 달이 두개 있다고 했는데 ㅋㅋㅋ 시농인 두 눈동자에 건배합니다. ㅎㅎㅎ 바질을 키우게 되면 여러가지로 좋던데요. 이쁘고 바로 따 먹고 ㅋㅋㅋ

일상의 풍경이 눈에 보이는 듯 하네요.
저도 소설책 한 권을 가방에 넣고 다닌지가 꽤 됐는데 아직도 못읽고 있네요..ㅎ

바질 씨앗에서 의미를 찾으시다니 @xinnong
관찰력이 뛰어나세요! 공감합니다 우리모두는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들입니다

주제가 다양하네요. 하겐다즈 라벤드& 블루베리 맛나보이네요. 블루베리 좋아라 하는데....

바질도,라벤더도, 일랑일랑도 .. 향이 나는걸 좋아하시는군요~ 저도 마사지 받으러 가면 항상 일랑일랑ㅋㅋ 전 저라벤더아스크림 맛있던데 대체 일본건 얼마나 맛날까요? 😍

그쵸! 저도 맛있더라고요 ㅎㅎ 하겐다즈 덕후됐어요 ㅎㅎ

아이스크림을 정말 좋아하시는군요. 덕후 인증입니다.^^ 투통이나 사려고 했다니!!

히가시노 게이고나 미야베 미유키는 다 똑같은 소설같아서... 일본 소설중에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건 '검은 집'! 너무 무서웠죠.

보라색 맛이 난다는 사실만으로 사랑할 수 있는 건.. 좋은 일이에요. 신이 우릴 만들 때 조그만 사실만으로도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겠죠? ㅎㅎㅎㅎ

책,향수,달콤한 아이스크림...
그리고 4월의 꽃같은 금요일
더 부러울것이 없겠습니다

신나는 불금 응원합니다^^*

저는 중학생때 가네시로 가즈키를 좋아했었는데..
그때 그 감성은 어쩌면 다신 볼 수 없는 그때만의 기억으로 자리잡혀있네요🤠

맞아요- 무언가를 좋아하던 그 때만의 감성이 지금와서 돌아보니 특별한 듯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