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컴터를 하는데 시끄러워 살펴보니 소방차들이 몰려와있다.

in #kr-fire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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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 1시가 조금 지났을 쯤이었다. 바깥이 이상하게 시끄러워 현관쪽으로 가보니 남성 2~3명이 계단을 급히 다니며 무전기로 다급한 얘길 하는것이 들렸다. 내용까진 들리지 않았지만 다급한 어조, 억양만큼은 현관문을 넘어 내게도 느껴졌다.

'경찰인가? 이렇게 시끄러울 정도라면 강력범죄라도 있었나?'

내심 불안해져 안전고리를 걸어 잠근 뒤 베란다를 내다봤다. 소방차, 구급차, 경찰차 여러대가 지상 주차장 빈 공간을 빼곡히 채우고 있었고 빨간색 라이트를 휘두르며 아파트 단지 내를 어지럽게 비추고 있었다. 순간적인 깨달음. '아. 경찰이 아니라 소방관들이구나!'

'뭐지? 불인가? 불이군. 불이군?!'

순간 패닉이 올 정도로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해야하지? 그 순간 느껴지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어떻게 하는것이 가장 안전할까? 라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됐다.

일단 애들과 와이프를 데리고 나가야겠다. 시간이 시간이니 만큼 애들과 와이프는 자고 있었다. 아내를 먼저 깨웠다. 아내는 놀란 눈으로 날 쳐다봤고 자초지종을 모두 설명해준뒤 옷을 입고 애들도 깨워 나갈 채비를 하라 일렀다.

일단 베란다를 통해 소방차들 상태와 아파트 상태를 보니 미세한 연기조차 보이지 않고 냄새도 나지 않는 것이 옷을 입을 시간은 충분한 듯 느껴졌다. 아내가 옷을 입는 사이 현관문 바깥으로 소방관들이 다시 쿵쾅 거리며 아래집 현관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고 아내 옷을 다 입자 우리집 현관문을 두드렸다. 아내가 문을 열어줬다.소방관 한명이 이리저리 집 내부를 둘러보며 물었다.

"여기 집 안에 탄내 나는 곳 없습니까? 화장실, 부엌 이런 곳도요?"

"네. 탄내는 전혀 안나는데요. 그런데 무슨 일이에요?"

"지금 화재경보로 신고가 들어와서 확인 중입니다. "

"아......"


'아...... 아직 화재가 확인된 상황은 아닌거구나!'

소방관들은 다급했던지 바로 문을 닫고 앞집, 그리고 윗집으로 올라가는 듯 했다. 아니 어떻게 해야하는지 말이라도 해주고 가지... 라는 생각과 다시 가족들 데리고 내려가?, 말어? 생각이 교차했다가.

'그래. 불이 났든 안났든 일단 안전한게 제일이지. ' 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내가 애들을 깨우고 옷을 입히는 사이 동태를 살피려 현관문을 열고 복도로 나가 탄내가 나는지, 연기가 올라오는지 체크 해봤다.

베란다에 소방차들도 화재 진압을 하려는 움직임이 없고 소방관들도 화재를 찾으러 다니는 걸 보니 화재 발생여부는 아직 파악이 안된 것이고 만약 확인하지 못한 화재가 발생했다손 치더라도 아직 아주 작은 불길이거나 벌써 소화가 된 상황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일단 7층이지만 애들하고 와이프를 계단으로 내려가야겠군. 맞나? 엘레베이터를 이용해도 되는거였나? 계단을 이용해야 되는거였나...? 계단이 맞겠지? '

심히 당황했던건지 모바일 검색 수초면 바로 알수 있는 사실도 검색해볼 생각이 당시엔 들지 않았다. 아마 수년 전에 계단을 이용해야 된다는 뉴스 같은 걸 본거 같은데 헷갈렸다. 왜 재해가 발생하면 패닉에 빠져 상식적인 대처를 할수 없는지 지나고보니 이해가 된다.

애들 채비를 하던 중 앞집 문이 열렸다. 앞집엔 와이프 또래의 애엄마와 아기가 지내는데 평일엔 아이 아빠가 일하러 지방에 있다. 어젠 목요일이었으니 애아빠가 없는 상황이었고 앞집 애엄마는 놀란 눈으로 와이프와 이런 저런 상황 얘길 했다. 둘이 평소에 아이 나이가 비슷해서 왕래가 왕왕있어 언니, 동생으로 편하게 지내는 사이다.

남편이 없어 많이 불안하겠지. 상황 파악을 마친 앞집 애엄마는 당황한 듯 문을 닫았고 (아마 바로 남편에게 전화했겠지) 바로 윗집 아주머니가 계단을 반쯤 내려와 무슨 상황인지 물었다. 상황 설명을 해준뒤 일단 아내와 애들 데리고 나가려고 한다고 얘길 해주었다.

다시 집안에 들어와보니 돌 쯤 된 둘째 놈은 뭘 알아 불안했는지 엄마를 꽉 안고 있었고 여섯살 된 첫째놈은 아까 깨웠는데 다시 누워 자고 있었다. 잠도 깊게 들었고 이 긴급 상황 자체 인지가 제대로 안되는 나이구나 싶어 억지로 일으키니 반쯤 감긴 눈을 떴고 급하게 옷을 입고 신발을 신으라고 이른 뒤 다시 베란다로 동태를 살폈다. 첫째 놈은 그제서야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상황을 보니 아직 달라지거나 한 건 없는 것 같았다. 내려가면서 혹시나 불길이 일어나면 계단이 하나뿐인 아파트라 완강기를 이용하거나 옥상으로 대피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평소에 완강기가 어디있는지 어떻게 사용하는지 사용법을 익혀두지 않은게 후회가 일었다.

'이럴때 후회를 하다니.'

일단 완강기 사용하게 될 일을 없게 해달라 속으로 빌고 아내에게 관리실에 전화해보라 했다. 관리사무소 측이든 소방관들이든 불안해 할 주민들에게 뭔가 상황 설명과 행동 가이드를 해주지 않는것에 불만이 일었다. 집에 있으라든지, 바깥으로 나오라든지 뭔가 상황 설명이 1도 없이 시간이 지나면서 불안이 점점 증폭됐다. ( 쓸데없이 쌀 판다고, 인터넷 싸게 판다고 내부 인터폰 울리지 말고 이럴때 제대로 썼으면... )

역시나 24시간 당직을 서야 할 관리사무소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내일 항의해야겠다는 다짐이 속으로 들었다.) 베란다 바깥을 보니 소방차, 구급차, 경찰차들은 빨간 라이트를 돌리고 있었고 아래 있는 주민들과 경찰, 소방관들은 내가 있는 쪽만 연신 쳐다보고 있었다. 애들과 와이프를 챙겨 데리고 나가려는 찰나 소방차쪽에서 확성기를 통해 안내소리가 들렸다.

모든 집중력을 기울여 안내소리를 들었다. 집중하지 않으면 듣기 힘든 정도로 내용이 조금은 희미하게 소리가 전달됐다. (윗집 아주머니가 안내내용을 내게 물었으니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게 맞을 거다. )

"10ㅇ동 주민 여러분. 저희는 화재경보 신고를 받고 출동하여 확인을 해봤지만 화재경보기 고장으로 인한 오작동으으로 밝혀졌으니 안심하시고 취침하시기 바랍니다. "

멘트가 정확하진 않지만 이런 내용이었다. 순간적으로 드는 안도감. 그러면서도 아직 남은 불안감. 철수하고 나서 다시 문제가 생기는거 아니야? 라는...

내가 소방관들에게 얼마나 큰 불신감을 가졌는지 알수 있었다. 전에도 뉴스를 통해 구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잘못된 조치로 인해 발생한 희생자들이 생각났던 거다. 물론 내가 잘못된 뉴스에 선동되었거나 팩트와 다르게 알고 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그런 일이 발생은 한다는 거니까. 철수하고 나서도 한,두시간 정도 베란다, 복도를 통해 두어 번 상황을 살폈고 새벽 4시정도나 되어서야 잠에 들 수 있었다.

그리고 나 또한 얼마나 안전대책에 대해서 무지했으며 준비가 안되어있었는지도. 집에 완강기가 어떻게 있는지, 어디있는지도 몰랐고 사용법도 몰랐으며, 순간적으로 엘레베이터를 이용해도 될지 계단을 이용해야될지도 헷갈렸다. ( 화재 발생 시 엘베는 산소 공급의 굴뚝 역할이 되거나 갇히게 되어 위험하다고 함, 계단을 이용할 것. )

아주 작은 확률이지만 이런 일은 나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 그리고 이번 경우 운 좋게 오작동 소동으로 마무리 되었지만 진짜 화재로도 발생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거 유념해야겠다. 안전대책 숙지도 꼭 하고.

마지막으로 철수하려는 상황을 영상으로 찍어놓은 것을 첨부해본다. 7층임에도 소리가 저리 크게 들리니 주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아주 컸을것이라 생각한다. 아내에게 찍었던 영상을 보여주려고 하니 보여주지 말라고 한다. 아직도 무섭다고.

암튼 별일 없어 다행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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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 소방차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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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없어서 다행이지만 대피훈련 제대로 하셨네요.
정말 많이 놀라셨겠어요. T^T

다행이네요. 항상 불조심..

올해 근처에서 오작동인지 잘못된 신고인지 소방관들이 허탕치고 돌아간걸 두어번 봤네요. 그래도 진짜 불이 아닌게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ㅎㅎㅎㅎ

정말 기기 오작동이라 다행이네요. 말씀하신 내용들 중에서 저런건 진짜 알아놔야 겠다 싶은 것들은 좀 검색해서 알아 놔야겠어요.

어우;;; 정말 별일 없어서 다행입니다 ㅠㅠㅠ
직접 저 상황이 되었었다는 생각만으로도 끔찍 ㄷㄷㄷ;; ㅎㅎㅎ

정말 아무일없어서 다행이예요...
화재나면 정말 무섭다고 하더라고요 ㅜㅜ

엄청 놀라셨을거 같아요...저도 사무실에서 경보 울릴때 패닉에 빠졌었는데...
그래도 별일 없다니 다행입니다...

제가 유난히 새가슴인건지 다른 사람들보다 긴장을 마니하더라고요. 감사합니다 ㅎㅎ

놀라셨겠어요~.
가장이고 아빠다 보니 순간 대처의 책임감에 긴장하셨던게 느껴지네요.

전 유난히 새가슴입니다 ㅎㅎ 겁도 많은 편인거 같구영~

이거 무조건 눈치보지말고 나가야합니다.
대응이 정말 좋으시군요.
별 일 없이 끝나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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