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春子 - 11
새벽에 눈이 떠졌다.
저녁에 한 번, 재우기 전에 한 번
젖을 물리고 나서 잠자리에 들면
꼭 새벽에 눈이 떠진다.
말로는 못다할 허기 때문이다.
거친 조밥이나마
몸을 풀고 나서 삼칠일까지는
그럭저럭 먹었다 싶게 먹을 수 있었다.
짠 간장물만 넣고 끓여서 미역비린내가 나는 미역국도
물리기도 했지만 미역도 다 떨어졌다.
어제가 장날이었는데
장에 다녀오신 시아버지의 장꾸러미에는
먹을 것이라곤 우스운 풀빵 한 봉지도 없었다.
춘자는 현기증이 날 것 같은 허기를 참다 못해
부엌으로 나가 보았다.
무어라도 먹을 것이 있을까.
시계를 보니, 두 시간 정도 지나면 정이가 또 젖을 찾을 것이다.
하릴없이 가마솥 뚜껑을 열어 본다. 비었다.
두 번째 가마솥 뚜껑을 열어 본다.
엊저녁에 먹고 남은 시래기된장국이 한 대접 남았다.
반가운 마음에 국을 그릇째 마신다.
11월 초겨울 새벽이라 솥 안에 있던 것이라도 차갑다.
그러나 차가운 것은 모르겠고 달다.
국물을 다 들이키고는 숟가락을 들고
부뚜막에 걸터 앉아 건더기를 퍼 먹었다.
시래기 된장국이 이리 달았던가.
숟가락질을 하다 보니 어느새 그릇이 바닥을 보인다.
그제야 정신이 든다.
신기하게도 젖이 도는지 젖가슴이 묵직하고 뻐근해진다.
빈 그릇을 설거지통에 살며시 담가 놓고
부뚜막에 그대로 앉는다.
아직 한밤중이다.
겨울이 가까워서 풀벌레소리도 잠잠하다.
완전한 어둠과 정적의 한가운데 춘자가 앉아 있다.
몸이 너무나 피곤한데, 잠이 달아나버렸다.
아무 생각이 안 나다가
별별 생각이 다 난다.
미운 아부지, 남의 어마이, 서울, 미용사, 전차, 쑥, 올케언니, 임신, 오빠, 시래깃국, 메주, 밭설거지, 장날, 옆동네 새터댁........ 정이 손가락, 정이 배꼽, 정이 눈꼽, 정이 새까만 배냇머리, 정이.............. 정이 엄마, 나..... 나, 춘자....엄마, 엄마.....춘자엄마..... 춘자엄마.......내 엄마? 내 엄마... 나도 엄마가 있었겠지... 얼굴도 생각 안나는 내 엄마, 우리 엄마.
젖가슴이 묵직하다.
조금 있다가 정이가 젖을 찾으면 제법 배불리 빨아먹겠다.
한기가 든다.
부엌에 나온김에 군불이나 떼야겠다.
바짝 마른 깻단은 불이 잘 붙는다.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잘도 탄다.
굵직한 장작을 두개 넣어 아궁이 깊숙히 밀어넣은 후
아궁이 앞을 쓸어 놓고 방에 들어간다.
쌔근쌔근
정이가 두 팔로 만세를 부르며 세상모르고 잠을 잔다.
이쁜 것...........내 새끼...... 내가 낳은 내 새끼....
춘자는 정이 옆에 팔베개를 하고 누웠다.
우리 엄마도 나를 이리 애틋하게 쳐다봤겠지.
조금만 더 살다 가지....
얼굴이라도 기억에 남기고 가지...
엄마는 왜 그리 빨리 가버렸노.......
이리 이쁜 새끼를 두고 우째 그리 빨리 가버렸노.......
정이 이마를 손끝으로 쓸어준다.
젖냄새를 맡고 정이가 팔을 허우적댄다.
춘자는 정이를 겨드랑이에 끼고 젖을 물린채 다시 잠이 든다.
생존신고를 하도고 열하루 지나 글을 씁니다.
많은 일이 있었고, 덩달아 많이 바빴어요.
많은 일이란, 당근이 아들의 학교 부적응에 대한 것이고
그때문에 아들의 도우미로 등교하고 있었어요.
오늘은 아들이 현장체험학습을 갔기 때문에
오랜만에 한가하게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춘자 소식도 전하고
당근이 소식도 전하려구요...
봄이... 막 한꺼번에 확 들이닥쳐서
봄인가, 꽃이 피는가 느낄 사이도 없이 쳐들어와버렸네요.
산수유꽃 매화꽃 피고, 목련꽃 피고, 개나리 진달래 피고, 벚꽃 피고..... 이렇게
번호표받고 피는 것처럼 순차적으로 피던 봄꽃이
올해는 막 한꺼번에 다 와르르 폈다가 져버렸네요.
당근이도 정신이 없는데
계절도 정신이 없군요.
이런 때일수록
정신줄을 좀 팽팽하게 잡고 살아야겠습니다...
춘자는 이제 어엿한 엄마가 되었습니다.
살림살이가 팍팍하여 안쓰럽군요...
그러나 춘자는 꿋꿋하게 살 거예요. 엄마가 되었으니까요.
다음 이야기는 언제 다시 이어질지 기약할 수 없지만
불쑥 춘자이야기가 피드에 올라 오면
아, 당근이가 잠깐 여유가 생겼구나.... 생각해 주세요..
(긴 공백으로 인해 벌써 잊혀진 사람이 된 건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만....ㅎㅎ)
춘자야,
이기 얼매 마잉고
억수로 반갑데이
춘자가 벌서 젖먹이가 달렸네요.
팍팍한 살림 잘 꾸려나가겠지요.
당근님도 반갑습니다.
jjy님 반겨 주셔서 넘나 고맙습니다..^^
왜 아이들이 학교에 부적응한다고 표현하는 지 이해가 안 되요.
학교가 아이들을 제대로 끌어안 지를 못하는 거지요.
학교가 존재하는 건 아이들이 있기 때문인데....
춘자 소식보다
당근이 아드님 일에 급 흥분 ㅠ
아... 많이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단어의 느낌은 좀 거슬리지만..
학교측에선 제 아이를 위해 많은 부분을 배려해 주신답니다.
덕분에 저도 도우미 자격으로 교실에 들어갈 수 있고요..^^
저도 학교에 대해 처음엔 방어적이었는데
대화를 계속 해나가면서 협력하게 되었답니다..
다행이고 고맙죠.. ㅎㅎ
당근님~~~~~!!!!!!!!!!!!!
넘 반가워요!!!!!!!!!
춘자도 궁금했지만
우리 당근님 소식 넘넘 궁금했어요
그동안 많이 바쁘신가보다 했는데...
민성이는 조금만 더 기다려주면 분명 잘해낼 수 있을 거예요
이모가 응원한다 민성아!
화이팅♡
반겨 주셔서 넘나 고마워용..ㅎㅎ
그동안 아주 많은 일이 있어서 글로 쓰려면 한참 걸려요..
그래서 오늘은 대략적인 것만 전했답니다.
암튼 결론은... 비교적 잘 지내고 있었다는 거예요..
앞으론 종종 흔적 남길게요^^
젖먹였던 기억에 춘자의 허기가 참 안타깝고 슬프네요.. 어미라는 이름이 참 무겁습니다.
네.. 그 때의 허기는 그냥 보통 때의 그것과는 정말 다르죠..
그 젖을 먹고 큰 아기는 그래도 매우 건강하답니다..^^
살아계셨군요 ^^ 밀당에서 저만치 밀려 가신줄...
밀당할 여유도 없었답니다.
이제 조금 냉정을 찾아서 종종 흔적을 남기려고 합니다. ㅎㅎ
당근 님 반가워요
기다렸어요 당근님도 춘자도..
잘 지내셨지요??
옐로캣님... 반겨 주시니 넘 기뻐요..ㅎ
저는 잘 지냈습니다..
옐로캣님의 고양이님들도 잘 지내지요??
네~고양이도 저도 잘 지내고 있어요
오늘은 날씨가 좋아요
좋은시간 보내시고 또 만나요^^
옐로캣님
굿모닝~~^^
야호! 오늘은 금요일이네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춘자야 반가워~~~벌써 엄마가 되었구나
춘자도 춘자지만 당근님~~~~~이게 얼마만이여유ㅠ
너무 반가워서 맨발로 마중나왔어유
아이쿠....
맨발로 나오시다니...... 이를 어째유.... 넘나 황송해서.....
짧은 소식 들고라도 종종 들릴게요... ^^
기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일단 아드님 때문에 걱정이 많지 않으실지... 아이 걱정ㅠㅠ 크나 작으나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ㅠㅠ
그리고 마음이 너무 아파요... 춘자ㅠㅠ 아...진짜ㅠㅠ
저도 애기 낳고 젖돌때 생각이 나서...
저는 그래도 복에 겨운 거였는데 뭐가 그렇게 힘들었는지 ㅠㅠ
먹고 싶은대로 먹을 수 있고, 미역국은 질린다고 안 먹는다고 했고...
그냥 다 힘들고 마음에 안 든다고 그냥 애를 내일은 어떻게 돌봐야하지, 언제 외출 한 번 해볼 수 있지....그런게 우울했었는데
춘자는 그저 아이에게 줄 젖을 주지 못할까봐... 당장 뭘 먹어야 할지 걱정을 하면서 아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군요...
저는 쌍둥이가 신생아였을 때 예쁘게 바라봐준 적이...손가락에 꼽히는 것 같은데...
엄마를 그리워하는 건...전 잘 모르겠는데 친정엄마...생각이 나네요.
한번도 뵌적없는 외할머니가 일찍 돌아가셨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눈물을 흘리시더라구요....여러 생각들이 교차하는군요.... 웰컴백!!!^^
무자식 상팔자
라는 말이 생긴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닌 것 같은데
그걸 알면서도 자식을 낳고 키우는 것을 생각하면
바보인가... 싶어요..ㅎㅎㅎ
반겨주셔서 넘나 고마워요..^^
!!! 힘찬 하루 보내요!
https://steemit.com/kr/@mmcartoon-kr/5r5d5c
어마어마합니다!! 상금이 2억원!!!!!!
짱짱맨님 넘 멋져부러요~~^^
오랜만에 왔어요. 저도,,,오늘 팔로우들을 정리했거든요. 너무 많아져 관리도 안되서 오히려 집중을 하자 하고 생각되었거든요. 여전히 춘자는 TV문학관에서 나올 듯, 자기를 잊고 사는군요. 당근님도 춘자도 반가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