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교실

in #kr-newbie7 years ago

아들은 올해 아홉살
아들은 올해 1학년
그렇다. 또래보다 1년 늦게 학교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게 뭐.....??
난 암시랑도 않다. 암만....

입학 후 일주일에 두 번 꼴로 담임선생님, 옆반 선생님, 교감선생님 등
학교 관계자분들과 통화를 했다.
주로 당근이 아들이 무엇무엇을 못 하고 있으며
무엇무엇을 안하고 있으며
하면 안 되는 무엇무엇을 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아이들을 키우며
만 5년 넘게 정기적으로 부모상담을 받아왔고
나름 엄마노릇을 잘 하며 양육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여지없이 무너졌다. 산산이 부서졌다.

아들은 학교생활의 1부터 10까지, ㄱ부터 ㅎ까지 알아야 할 내용은 다 알고 있다.
한글도 90프로 이상 알고, 1학년 과정에서 학습할 내용을 역시 90프로 이상 알고 있다.
문제는 이 아이가 알고 있는 것을 교실에서 한 가지도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등교하여 책가방을 내려놓지도, 친구와 어울리지도, 급식을 먹지도, 공부시간에 자리에 앉지도, 수업에 참여하지도 않았다.
공부시간에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다니고, '응애응애', '아악!' 소리를 지르고, 학교 안의 어른들에게 높임말을 하지도 않았고, 지시를 하면 무조건 '싫어싫어!'로 일관했다.
아들은 굳이 진단을 내리자면, 과민감성 사회불안.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은 자극이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자극으로 느낀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불안이 높은 상태.....대충 그러하다.

4월 첫주 금요일
교감선생님으로부터 호출을 받았다.
출근한 남편과 함께 학교로 갔다.
교감선생님은 우리부부를 교장실로 안내했다.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 그리고 우리 부부는
당근이 아들을 어떻게 학교생활에 적응하게 도울지 얘기를 나누었다.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은 따뜻한 분들이었다.(이미 알고 있던 점이다. 이 학교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지, 다른 아이들이나 담임선생님이 아니라 당근이 아들을 최우선으로 두고 무엇이 가장 좋을지에 대해 대화했다.

당근이는
학교측에서 허가해 준다면
아들의 교실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교감선생님은 담임선생님과 논의한 후 연락하겠다고 했다.
그날 오후, 교감선생님이 연락을 해서
교실에 같이 앉아있어도 된다고 하셨다.
다만, 사적인 교실 출입은 문제소지가 있으니
행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게끔
교육청에 조이맘이라는 것에 등록한 후
공식적으로 채용하겠다고 했다.
교감선생님의 배려가 너무 고마웠다.
역시, 아들은 운이 좋다.(사주가... 이 사람은 어떤 일이든 술술 풀리는 사주라고....좋은 거니까 믿는다)

그리하여,
4월 2주부터 아들의 교실에 들어가
아들 옆에 앉아있게 되었다.


춘자 이야기와 함께
아들의 교실이야기도 이어가볼까 합니다.

오늘은 3교시부터 점심시간까지 함께 있다가
오후에는 제 강의가 있어 교실을 나와야 합니다.

아들 일로 당근이와 온 가족이 덩달아 불안이 높아졌었는데
지금은 많이 편안해졌어요..
그래서 글을 쓸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잘 되겠지요.
느리면 어떤가요.... 끝까지 가면 되는 것.....

느려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아들이 (늦게라도)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끝!!


오늘도 최선을 다해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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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안 보이시더니 돌아오셔서 기쁩니다. 아드님이 학교 생활 적응을 잘 할수 있을것 같네요. 선생님들도 너무 좋으시고 무엇보다 든든한 조이맘이 계시니까요. 화이팅입니다!!!

에빵님... 반겨 주시니 넘나 행복합니다..^^
아들은.... 무엇하나 공짜로 넘어가는 것이 없네요...하하하
늦기는 해도 할 건 다 하는 아이니까
아이를 믿고 쭉 가야겠지요. 응원해 주셔서 감사해요...
4월 마지막 주, 화사한 기분으로 보내시길 바래요..^^

아들을 사랑하시는 맘이 글 속에서 듬뿍 느껴 집니다.

교장, 교감 선생님도 일반적인 분들은 아니신것 같아요.

천천히 느리지만 끝까지 함께 가시길~

감사합니다...
이 아이가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으로 잘 클 수 있다는 것이 요즈음 저의 신앙입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많은 분들의 배려가 정말 감사하네요..
아이가 느낄 두려움에 저 또한 먹먹해지지만...
먹먹함은 잠시 뒤로...
느리게라도 끝까지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엄마'의 응원을 받으며
천천히 나아갈 당근주니어를 열렬히 응원합니다!!

학교 관계자분들의 배려
엄마의 느긋한 에너지를 받아
조금씩 안정을 찾고 있는 것 같아요..
응원 감사해요..^^

아드님이 복이 많아 좋은 선생님들을 만난것같습니다.
조금 천천히 가는 것은 아무 문제 없습니다
모든 과정을 지나고 나면 다른 사람들 보다 더 좋아질것 같습니다.
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부모님이 게시고 선생님들이 있으니까요 ^^

그렇죠??
너무 빨리 움직이는 세상에서
천천히 가는 건 오히려 장점이 될 것 같기도 해요..ㅎㅎ
주말 잘 보내세요... 야옹이님들 이야기 보러 갈게요..^^

조이맘이라는 것이 있네요! 처음 알았어요 ㅎ
너무 빨리 가려고 안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빨리 뭐 해야할텐데.. 빨리 친해져야 할텐데.. 빨리 적응해야할텐데...
빠른건 뭐든 안좋은거잖아요.. 곧 누구보다 다 잘하는 당근이의 모습을 보실 수 있겠네요..
멋진 엄마 아빠.. 멋있습니다!

다른 시도에도 있는 건지는 모르겠고...
당근이 살고 있는 동네 교육청엔 이런 것이 있네요..
저학년 기초학력 부족한 아이들이나 교실에서 힘든 아이들을
'조카를 돌보는 이모의 맘'으로 아이들을 돌보는 거예요.. 그래서 조이맘...
이름도 예쁘지요...ㅎㅎㅎ
남들보다 빨리 뭘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자기 삶을 살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엄마가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일인 것 같아요...
주말 잘 보내세요..^^

몰라서 검색해보니.. 세종시.. 이런 동네에 있나봐요.
저도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친구들이 좀 있어서 듣기는 했어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지... 먹기 싫은 반찬의 급식을 먹고 책상위에 토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그럴때 조이맘이 선생님을 도와줘도 많은 도움이 되겠네요.
맞아요 빨리하는 건 그렇게 중요한게 아닌 것 같습니다.
당근96님도 당근이와 행복하고 달달한 주말보내세요!! :)

아핫... 맞아요... 당근이는 세종시민입니다...
길마님도 주말 잘 보내세요...^^

사주 좋으면 됐습니다. 뭘로도 못 이깁니다 ㅎㅎ 학기 초라 적응이 낯설어 그럴테지만 혹 길어져도 아이의 문제는 아닙니다. 문제로 여기지 마시고 계속 특성으로 바라봐 주세요. 어떠한 이유로도 아이를 학교에 때려 맞추려는 시도는 금물입니다. 상황만 더 악화시킬 뿐예요.. 물론 당근님이 당연히 잘 하시겠지만.. 절대 당근입니다. 오로지 당근..

멀법사님 찌찌뽕!!
저도 방금 멀법사님 글 보고 왔답니다...ㅎㅎㅎ
문제는 문제로 생각할 때 문제가 되는 거죠... 문제가 아니라 그냥 다른 특성을 가진 거라고 생각해요.
이 아이만 갖고 있는 재능도 분명 있고요..
절대 당근, 오로지 당근
잊지 않을게요..^^

애정과 상냥함이 듬뿍 담겨 있네요. ^^ 저도 교장선생님처럼 자애로운 분을 본 받아야겠어요!! 그리고 응원합니다!

작은 학교인데 학교 풍토가 다정하고 상냥해요.
교장선생님부터 학교 청소해주시는 여사분까지 참 좋으세요.
이런 학교 드물 거예요.. 이건 자랑입니다... 하하하
응원해 주셔서 감사해요..
주말 잘 보내세요..^^

여지없이 무너졌다. 산산이 부서졌다.

언니... 얼마나 힘들었어요 ㅠㅠ
ㅠㅠ....제가 더 마음이 아파요....
그래도 현명한 엄마입니다! 아드님은 분명 지금 이 상황이 한없이 낯설고 적응하기 힘든 거예요. 그 적응기간은 오래걸릴 수 있지만 꼭 거쳐야 하는 순간이겠지요... 비온 뒤 땅이 더 굳어지듯이 아드님이 끝까지 잘 해낼 수 있을 거예요! 엄마도 있고, 든든한 지원군이 있잖아요~ 언니도 화이팅! 저도 여기서 응원할게욥!!!!!!!!
교실이야기 궁금해요~ 너무 부담갖지 마시고 포스팅해주세요^^

흑흑...
학기 초엔 많이 걱정되고 힘들었지요.. 누나 때는 너무 잘 하고 너무 이쁘고 너무 모범적인 아이라는 말만 들었는데, 이눔자식은 그 반대라서.....
그래도 학교측에서 많이 신경 써 주고, 배려해 줘서 지금은 많이 안정돼 가고 있어요..
기대와 응원 고마워용...
4월 마지막 주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완전완전 초대박으로 즐겁고 행복하시기예용... ^^

좋은 선생님을 만난건 정말 큰복인것같아요.
인연을 만나기까지 엄마아빠가 많은 희생과 관심이 있었겠죠?늘응원해요

네... 이 아이는 참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응원 넘나 감사해요..
봄의 한가운데에 들어선 4월 마지막주는
요즘 한창 피어나는 라일락꽃처럼 좋은 향기로 기억되시길 바라며.. 행운을 빌어요...^^

제 딸아이도 어린이집이 바뀌는 과정에서 마음을 근심케 하는 점이 있었답니다. 집에서는 말을 잘 하는데, 어린이집에서는 전혀 입을 열지 않는 증상이 몇달 동안 이어졌습니다. 선생님에게도.. 친구에게도..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1년 이상 상담 프로그램 진행하면서 여러 상황들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운 적도 있고.. 때로는 어린이집 언니와 대화하면서 '나도 노력하고 있거든.. ' 하면서 울었던 적도 있네요. 지난 과정 가운데 분명한 것은 가족이 함께 관심을 갖고 노력할 때 조금씩 조금씩 변한다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계속 사랑과 신뢰를 전해주실 거라 생각합니다. 좋은 한 주 되세요~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에 가슴이 따뜻해지네요..
댓글을 열심히 적었는데 노트북이 갑자기 업데이트 들어간다고 강제 재부팅에 들어가슨 바람에 날아가버렸어요..ㅜㅜ

아이는 부모가 믿는대로 자란다고 하죠..
괜찮은 사람으로 잘 성장할 거라고 믿어요.
jzquare님 따님도 참 괜찮은 사람으로 잘 성장할 거라고 믿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