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유랑하던 나그네의 선물

in #kr7 days ago

오늘 밤하늘에 사분의자리 (Quadrantids) 방향으로 고개를 들어보았다면,
유성우가 폭포처럼 떨어지는 것을 목도하였을 겁니다.

유성우 (流星雨)란 무엇일까요?
그 이름에서 볼 수 있듯,
별이 흐르는 듯 내리는 우주에서의 비입니다.

언제 별의 비가 내릴까요?
답은 거의 항상입니다.
항상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을 뿐이죠

태양계에는 태양을 중심으로 주기적으로 공전하는 여러 행성도 있지만,
엄청나게 많은 수의 천체 (天體)가 매일매일 태양계를 단기적으로 방문하는 목적으로 들어오고 나갑니다.
이들의 궤도는 그저 태양을 짧게 지나쳐가는 정도입니다.
순우리말로 이들을 나그네별이라고 하는 이유이죠.
지구에선 일평생 많아봐야 두 번밖에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태양 가까이 지나가는 쌍곡선궤도에 진입한 나그네들은,
크고 밝게 빛나는 태양을 향해 오고 나가는 길목에서,
여러 행성을 만나 그들에게 이끌려 태양계에 정착하여,
혜성에서 小행성으로 신분을 바꾸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부분의 혜성은 진입하는 때에 태양계에서 제일 큰 목성과 토성을 만나서,
소행성으로 정착하게 되는 케이스가 많죠.

이러한 여러 행성의 손짓에도 불구하고,
태양을 향해 꾸준히 속도를 올리며 나아가는 많은 나그네들은,
높은 속도와 가까워지는 태양에서의 열을 못이겨,
그들의 봇짐을 조금씩 풀게 됩니다.

나그네들이 버린 작은 천체 조각들 또한,
먼저 떠나간 그를 좇아 태양으로 가는 도중에,
지구가 다가오면서 그 중력에 이끌려,
대기권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대기권에 진입한 작은 조각들, 즉 유성 (流星)은 대부분 마찰열로 인해 높은 상공에서 타버리지만,
비교적 큰 조각들은 우리가 볼 수 있을 정도로 낮은 곳 까지 내려옵니다.
나그네의 봇짐이 크면 클 수록, 버려지는 큰 조각도 많아지면서,
여러 유성이 한꺼번에 보이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우주에서 내리는 별의 비, 유성우입니다.

우주의 나그네들은 태양계 밖에서,
홀로 여행을 다니며 기념품도 챙기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면서 선물도 받기도 하고.
아니면 이미 태양계를 한번 들렸거나 태양계에서 발한 존재일 수도 있죠.

유성의 꼬리에 생기는 빛 대부분은 대기가 간접적으로 타면서 생기는 우리 고유의 색이지만,
그들이 우주 여러 곳을 다니며 모아온 것들이 직접 대기권에서 탈 때,
그것의 성분에 따라 불꽃의 색이 달라지고, 꼬리의 불빛이 개성있는 색으로 변하는 것이죠.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유성우를 보며 쌓은 추억은,
우리를 우연히 만난 나그네의 선물임을 기억합시다.


p.s.
이번 사분의자리 유성우 또한, 혜성이었다가 우리 중력에 이끌려,
지구 근처에 소행성으로 정착한 2003 EH1이라는 천체의 혜성일 적의 산물로 추정됩니다.
명나라와 조선에서 이 혜성을 발견하여 기록을 해놓았죠.

성종실록 247권, 성종 21년 11월 22일 경자 1/6 기사

庚子/太白, 晝見虛星度, 有微光, 長四五尺。
태백성(太白星)이 낮에 허성(虛星)의 궤도에 나타났는데, 약간의 빛이 있었고, 길이가 4, 5척(尺)이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논문을 참조해도 좋습니다.
Lee, K.-W., Yang, H.-J., & Park, M.-G. (2009). Orbital elements of comet C/1490 Y1 and the Quadrantid shower. 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400(3), 1389–1393. https://doi.org/10.1111/j.1365-2966.2009.15535.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