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없는 무지개

in #kr15 days ago

저번 달 말에 북반구 고위도지역에서는,
우리들이 평소 보는 어떤 무지개보다 높은 무지개가 하늘에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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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물과 광자가 아닌,
태양과 지구의 합작인 "오로라"이죠.

보통 오로라를 보러 갈때,
아이슬란드 혹은 스칸디나비아 북쪽으로 가죠.
위도가 높은 곳으로 갈 수록 오로라가 보이기 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엔 위도가 낮은,
이 곳 프랑스나, 위도 40도 정도인 필라델피아에서도,
선명하고 강력한 오로라가 관측이 되었습니다.

분명 2024년과 2025년에는 오로라가 자주 관측이 되었습니다.
그 전엔 오로라는 집에서 보기 많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어째서 요즘 들어 자주 보이게 된 걸까요?
그것도 위도가 낮은 프랑스같은 곳에서도말이죠.

태양은 안정된 상태라고 볼 수 있지만,
표면에서는 늘 격렬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구와 화성같이 표면이 고체로 이루어진 땅이 없고,
너무나도 뜨거워 액체와 기체를 넘어선 플라즈마가 표면을 뒤덮고 있죠.


플라즈마는 무엇일까요?

물질의 상태가 변화할 때,
보통 분자적 결합상태가 달라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체는 그 물질을 정의하는 최소 단위의 분자 하나하나가,
고체나 액체 상태일 때 보다 결합력이 많이 떨어져,
자유롭게 이동하고 다니죠.

여기에 더 많은 열 에너지를 주입하면,
결합력에 어떠한 변환을 줄 수 있을까요?

분자상태에서, 물질의 본질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즉, 분자구조는 유지하되 어떠한 성질에 변화를 주는,
그 다음 상태는 전자 (電子) 의 결합력에서 나옵니다.

분자구조에서 작은 단위의 전자의 결합력이 약해지면,
분자 하나에 전자가 떼어져 나와, +1의 양이온 상태가 되고,
이 떼어져 나온 전자가 다른 분자구조에 붙는 순간에는 -1의 음이온 상태가 되면서,
전자가 이리저리 자유롭게 움직이는 상태가 되면서,
강력한 전도성 (電導性) 을 가지고 있게 됩니다.

이러한 물질의 상태를 우리는 물질의 제 4상태, 즉 플라즈마라고 명명합니다.


플라즈마 상태의 물질은 전체적으로는 중성 (中性) 이지만,
그 내부에 뛰어다니는 전자가 많습니다.
어떻게 뛰어다니는 것일까요?

음의 전하 (電荷) 를 가진 전자는 전혀 무작위로 이동을 하지 않습니다.
열에너지로 들뜬 (excitated) 전자들은 초기에 열에 의한 운동에너지를 가지고 무작위로 움직이지만,
어떠한 순간에 한쪽으로 전자가 더 쏠리는 그 순간에,
내부적으로 전하 밀도의 차에 의한 전기장 (電氣場) 이 만들어집니다.
상대적으로 양의 전하를 가진 쪽과 음의 전하를 가진 쪽으로 나뉘면서,
전기력 (電氣力) 이 생기는 것이죠.
이러한 전기장에 의해 열에 의해 생긴 무작위성 운동이 빠르게 상쇄됩니다.

정지한 전하는 그 공간에 거의 동일하게, 곧게 퍼지는 전기적 영향을 만들어,
다른 전하를 거의 직선으로 끌거나 당기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 전하가 연속적으로 이동할 경우에는,
전기적 영향에 올곧게 퍼지지 않고, 휘어지기 마련이죠.
이런 현상이 연속적으로 이동하는 전자들,
즉 전류 (電流) 에 의해서 생기는 장 (場), 즉 자기장에 의해 휘어지는 힘이 바로 자기력 (磁氣力) 입니다.


태양 표면의 플라즈마층 중에 이 자기장이 유독 강한 곳이 있습니다.
자기장이 강하면, 높은 자기력에 의해 자석에 붙은 자석마냥 플라즈마 덩어리가 외부 움직임에 저항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열 교환을 위한 대류이동이 적어진다는 뜻이고,
자기장이 약한 주변보다 차갑게 식으면서 어두운 색으로 변하게 되는데,
개중 제일 자기장이 크고 차가운 부분이 바로 우리가 보는 태양의 큰 흑점 (黑點) 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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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코로나로 부르는 태양 표면에서 상술한 자기장들이 이 산발하는 플라즈마들을 휘젓는데,
그로 인해 여러 곡선이 생기고 고리도 만들면서,
그런 모양으로 움직이는 플라즈마에 의해 또 다른 자기적 특성을 띄게 됩니다.
이 밧줄들은 태양 표면 플라즈마 바다에 닻을 내린 상태로 휘저어지는데,
유체 속 닻이 이동하면서 밧줄에 뒤틀리는 힘과 전단력을 쌓으면서,
밧줄 하나하나에 에너지를 점점 쌓아갑니다.
흑점이 강할수록 그 위나 주변 코로나에 쌓이는 에너지가 더 크죠.

이 에너지가 또 주변 플라즈마를 가열하고,
그 안의 전자와 이온을 가속시키고,
가속된 입자들이 부딪히며 격렬한 운동을 하면서
빛을 포함한 전자기파를 발하게 되는데,
이것을 우리는 플레어 (flare) 라고 부르며,
지구에서 빛과 자외선 등으로 볼 수 있죠.

이 밧줄에 쌓인 에너지가 클 때,
아예 밧줄 자체가 끊겨 튕겨저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빛과 같은 전자기파보다 빠른 물질은 없으므로,
이 밧줄덩어리는 며칠에 거쳐 지구에 도착하게 됩니다.


지구는 자전합니다.
또한 태양 표면의 플라즈마 층처럼,
맨틀 내부의 외핵 (外核) 은 액체 금속, 즉 유체로 이루어져있죠.
전도성이 강한 금속 유체가 한 축으로 돌면서 대류를 만들어내고,
태양 표면의 플라즈마 층에서의 전기장/자기장 생성 원리와 같이,
지구 전체를 한 큰 자석으로 만들게 되는 것이죠.

자전축에 의해서만 대류가 생성되는 것이 아닌,
달과 같은 중력을 포함해 여러 외부적인 요인,
그리고 내핵에서의 열에너지같은 내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자기장의 모습, 특히 자기장의 중심 축은 자전 축과 다르죠.
아주 간단한 쌍극자 모델로 근사 (近似) 시킨 자기장, 즉 지자기장 (地磁氣場) 의 극점은,
2026년 기준 자전축에서 9.21도 정도입니다.
지자기북극점 (地磁氣北極點) 이 우리가 흔히 아는 북극에서 9.21도 떨어져 있다는 뜻이죠.
물론 지자기장은 외핵의 대류이동에 의해 항상 모습이 바뀌기 때문에,
이 숫자는 항상 바뀌기 마련이죠.


이렇게 생긴 지구의 자기장에,
태양에서 날아온 플라즈마 밧줄덩어리가 부딪힙니다.
그 속에서 서로 뒤엉키며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자기력을 받는 플라즈마 입자들은,
전체적으로 중성에 가까운 상태 (quasi-neutral) 를 유지하기 위해,
자기장선 (線) 을 따라 지자기북극, 혹은 지자기남극으로 나뉘어 퍼져가게 되죠.

이 입자들은 남북으로만 이동하는 것이 아닌,
지면으로도 점점 내려와,
전리층 (電離層, Ionosphere) 에 입성하게 됩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전리층은 높은 고도에서의 얕은 대기층에,
플레어를 포함해서 태양에서 날아온 전자기파,
예를 들어 자외선이나 X선 등에 의해,
공기 분자 하나하나의 전자 (電子) 가 튕겨져 나가,
산소, 질소 등의 분자가 양이온화되는 구간입니다.

극점쪽으로 이동하여 전리층으로 내려온 플라즈마 입자들은,
자유로이 이동하는 전자들에 맞으면서 속도를 줄이거나 이온화되기도 하고,
양이온이나 중성 대기입자들을 치면서 흡수한 에너지가,
그들의 전자를 들뜨게 해 에너지 준위 (準位, Level) 를 높아지게 하는데,
이 전자들이 시간이 지나 다시 안정된 상태 (바닥 상태) 로 내려오면서 발하는 빛이,
우리가 보는 오로라가 되는 것입니다.

물론 전자의 에너지 준위가 얼마나 높아졌다가 내려오는지에 따라서,
발하는 빛의 파장, 즉 색이 달라집니다.
상대적으로 낮은 곳에서는 파란색, 높은 곳에서는 빨간색,
그리고 그 중간 고도에서는 이 둘 파장의 중간인 초록색이 잘 보이게 되는 것이죠.
맨 처음, 제가 찍은 오로라의 사진에서도 잘 확인할 수 있죠.


2024년 후반부터 2026년 초반까지,
태양의 활동이 활발해져,
끊어져 날라오는 코로나 밧줄의 개수가 많습니다.

이 활동 주기는 유체로 이루어진 태양의 극점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약 11년에 한번씩 극점이 바뀌는 기간마다 활발해 집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오로라를 더 자주, 더 위도가 낮은 곳에서 볼 수 있죠.

이번 주기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작년과 올해만큼 휘황찬란한 오로라를 보기는 근 11년간 힘들겠지만,
태양이 선사하는 다음의 선물을 기다려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