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밤

in #kr7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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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해가 질 무렵 북반구에선
아직 떠나가지도 않은 태양을 좇아
밝게 포효하는 늑대 한마리가
하늘에 크게 떠오를 예정입니다

오랜 시간 같이 주위를 돌았던 늑대는
평소보다 가까운 곳에서
벗이 갑자기 사라짐에 당황하여
그녀를 다시 찾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나며
외로이 기다리는 것입니다

늑대가 더욱 더 밝게 빛날수록
우리는 더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을 보지만
우리는 그녀에게 더 어두워지고
잘 보이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밝혀내는 불빛으로
그 늑대는 수 분동안 사라졌을 벗을 잃지는 않겠죠

2026년 처음 맞이하는 보름달입니다

서양사람들은 이맘때 떠오르는 밝은 보름달을
낭월 (狼月, Wolf Moon) 이라 칭합니다
한겨울 먹이가 떨어져 늑대가 울부짖는 때에
이 밝은 보름달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달의 환한 얼굴을 볼 수록
달은 지구의 어두운 얼굴을 보고
우리가 달을 지우는 그믐엔
달의 하늘에 지구가 가득 찹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보이지 않을 때 상대는 다른 면이 제일 밝게 빛나고 있죠

2026년의 첫 보름달 아래서,
보이는 것만으로 세상을 판단하지 않기로,
누군가의 어두운 면을 탓하기보단
그가 지금 궤도의 어느 지점을 지나고 있는지 생각해보기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