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와 테오의 편지

in #kr10 days ago

동생에게
가끔 내가 이미 늙고 쇠약해진 느낌이 들어
무엇보다 너에게 짐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유화를 그만두고 경비가 덜 드는 데생을 할까?
테오야 너무 힘들면 즉시 말을 해라.
별 이유 없이 널 궁지에 몰아넣어서는 안 될 테니…

테오야 너에게 진 많는 빚을 모두 갚기 위해서는 모든 생이 그림을 그리는 노력드로 일관되어야 할 거야. 그렇지만 너네게 기대 아무런 수입 없이 돈을 쓰기만 한다고 생각하면 우울해지는구나





형에게
형이 보낸 편지가 와 있어서 무척 기뻤어.
형 편지를 보니 고민을 아주 많이 하고 있구나 싶어.
이번 기회에 확실히 말해 두고 싶은 게 있어
난 돈 문제와 관련된 모든 일을 없는 것처럼 생각해.
형은 내게 빚을 갚고 싶다고 말하는데,
그런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아
내가 형에게 원하는 것은 아무 근심 없이 지내는 거야.
형이 원한다면 날 위해 중요한 일을 할 수 있어
그건 하던 대로 계속 그림을 그리는 것이지.
나로서는 결코 해낼 수 없는 일이지만,
형은 계속 해왔던 일이잖아.




과몰입 인생사 아껴두었던 고흐 편을 보다가 편지 부분에서 펑펑 울었다. 모욕에도 냉대에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진실을 더욱 집요하게 추구하던 고흐, 여보란듯이 원하는 것만 그리자는 그 굳은 결심, 자신의 이상, 포기할 수 없는 꿈. 그렇지만 테오를 위해서라면 그 목숨 같은 이상도 꺾을 수 있었다. 그 조심스럽고 처절하고 다정한 염려와 한숨에 진심이 느껴져서 너무 슬펐다.

그리고 그 모든 걱정과 슬픔을 무색하게 만드는 테오의 넓고 깊은 사랑, 저 자신에게도 그리 줄 수 없을 것 같은 깊은 신뢰와 위대한 사랑이 어떻게 이럴 수 있나 경이로워서 울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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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익히 아는 고흐의 명작들이 탄생 할수 있었던 배경에 동생 테오의 지지와 후원이 크게 작용 했던것 같네요. 고맙습니다. ^^

맞아요 그림은 고흐가 그렸지만 재능을 발견한 것도 환경을 만든 건 테오였어요 너무 아름다운 콜라보 🥹🩵 저도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