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늘

in #kr7 years ago

IMG_7654.JPG

이년전 오늘,

지금 이 시각

나는 밤새 진통으로 잠을 이루지 못 한채 아침 여섯시부터 다시 유도분만을 시작하자는 말을 되새기며 지친 무거운 몸을 이끌고 다시금 촉진제를 투여했다.

우리의 아가는 이제 곧 나올 것을 예상했는지 엄마의 배를 지진이라도 일으킬 생각인지 밤새 엄마의 배를 찼고

나의 침대 밑에서 계속 깼다 잤다를 반복하며 나에게 진통 어플을 진지하게 추천해주는 남의 편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나는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인생은 혼자기에 슬프지 않았다.. 그는 졸렸으리라)

아마도 저녁 쯤에나 나올거라는 오늘 안에는 나올거라는 간호사의 말에 나는 가장 격렬히 아파오던 그 적절한 타이밍에 무통 주사를 맞은 후 신랑을 집으로 잠시 보냈고 그 후에 간호사는 바로 들어와 신랑을 찾았더랬다..

이제 막 장모님의 집에 도착해 밥을 뜨는 둥 마는 둥 하고 참아왔던 大.. 것을 배출하고 있던 그는
(나도 그 순간 열달동안 참아왔던 아주 大.. 것을 배출하려 애쓰던 중이었다. 역시 부부는 일심동체다)

당장 오라는 나의 청천벽력(?)같은 호통을 들은 후에 미처 변기의 물도 내리지 못 한채 자신의 부모님에게 후처리를 맡기고 헐레벌떡 택시를 잡아 집에 간지 삼십분만에 다시금 달려왔다.

전날부터 이어진 진통 내내 조는 모습을 보이던 남의 편이 분만실에 들어온 그 순간에 나는 다리를 위로 올리고 손을 다리에 받친 채 마지막 힘주기 연습을 하고 있었고 정말 그 화장실 가고 싶은것만 같은 그 천만 대중 앞에서 화장실 마려 죽을 것만 같은 그러한 이상야릇한 고통을 느끼며 힘을 주고 있었더랬다.

그 순간 얼마나 급박했으면 그 사람은 졸지 않았다..
(항상 나랑 있으면 졸린 사람이다..)

그렇게 언제나 졸린 그 분에게 그 얼굴 터질듯한 연습을 오분인가 십분 정도(더 짧았을지도 모른다. 체감 시간은 길었지만) 보여준 후 간호사는 그를 나가게 했고 나는 본격적으로 얼굴이 터져버릴 듯한 아래에 힘을 주는건지 위에 힘을 주는건지 도대체 알 수 없는 무작정 힘주기를 하고 있는데,

오른쪽에 하얀 가운을 입으신 익숙한 남자분이 언뜻 내 시야에 비쳤고, 나는 "힘이 없어요!!!"를 외치며 도대체 언제까지 더 힘을 줘야 하나 절망하려던 순간, 간호사의 한마디가 들렸다. "거의 다 됐어요!!!"

나는 얼굴이 터져나가도 상관없다는 각오로,
이 세상에서 최대 큰 변비만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우는 심정으로 '제발~~~~!!'이라는 심정으로 내 몸이 부서져라 힘을 주었고 그 순간 천국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한 내 귀에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

"힘 빼세요!!!! !! !!!"

...???!!??

그 순간 드디어 이 세상으로 돌아온 나는 천국의 목소리에 따라 후~하고 전신에 힘을 줬던 긴장을 어렵사리 풀었고
무언가 미끄덩~하는 느낌 후에 기억은 아련하지만 그 뒤에 엥~하는 소리가 들렸던듯 하다.

온몸엔 힘이 빠지고 여기가 어딘지 나는 누구인지 이 상황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어리벙벙해 멍하니 누워있는 나에게 무언가 따뜻한 묵직한 것을 내 오른쪽 품에 안겨주었고 그 묵직하고 따뜻한 것은 나의 나오지도 않는 젖을 눈을 감고 빨기 시작했다..

여기는 어디인가..

여기는 알던 세상인가

아니면 천국인가...

신랑을 꼭 닮아 나온 하얀 아기..(나는 까맣다)

너는 나에게 지금 죽어도 좋을만큼의 강렬한 행복을 선사해주었지.....

나에게 찾아온 천사는 그렇게 무럭무럭 자라
오늘 두돌이 되었구나...

이런 천사가 나의 몸에서 나왔다는 것..

이제는 내가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랑하는지 항상 의심해왔던..
나도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랑할 수 있는 존재인지 항상 의심해왔던 나에게 사랑을 알려준 그 사람과 똑닮아 나온 천사같은 너...

부족한 나를 엄마라 불러주고
아빠는 유모차 밀지 말고 엄마가 밀라고 자꾸 뒤를 돌아 엄마 손인지 아빠 손인지 확인하는 너의 그 똘망똘망한 눈망울...

이 세상에 많은 엄마 중에 나를 엄마로 택해주어서
엄마는 너무나 고맙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무럭무럭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사람'으로 그렇게 성장해주길 바란다.

생일을 축하한다.

나의 하늘아.

Sort:  

잠시 잊었던 우리 아이들이 와준 그 고마운 시간이 다시금 생각나 눈물이 나네요.

너는 나에게 지금 죽어도 좋을만큼의 강렬한 행복을 선사해주었지.....

그렇게 강렬한 행복을 선사해 주느라 댓가가 더 고통스러웠나 봐요. 아이가 내게 와준 그 순간이후로 끊임없이 순간순간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느끼며 살고 있네요. 너무도 부족한 엄마가 세상의 전부인지 알고 좋아해주는 우리 아이들. 오늘도 하루가 너무 감사함을 느끼게 되네요.

첫째 생일이군요 축하드려요~전 둘째가 한달 먼저 나온건가하고 놀랐어요ㅎ 곧 또 아기천사 만날텐데 기대되겠어요 그아인 누굴 닮았을지^^ 애 낳을때 힘든와중에 그 말이 떠오르더라고요 아기는 뱃속에서 나올때 엄마보다 몇배는 더 힘들다고 그걸 이겨내고 나오는 거라고요. 그래서 참아냈던것 같아요^^ 부족한 나를 엄마라 생각하는건 내 자신의 생각이에요 첫째에게 엄마는 무조건 최고일거에요. 오늘도 아이와함께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네..^^ 부족한 나를 엄마로 저리 좋아해주니 참..

하늘이 두번째 생일을 축하 합니다.

오늘도 많이 행복하세요.

하늘이도 @megaspore님도 고생 정말 많으셨어요~
나중에 하늘이가 이 포스팅을 본다면 어떨까 생각해봤어요 ^^
참 감동적이고 아름다워요 ^^ 축하드립니다

엄마야 말로 진정한 하늘이죠. 작은 하늘님의 두돌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어쩜 저희랑 그리 비슷한지 순간 이전 기억이 떠오르며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병원가기 바로 직전 새벽, 주기적으로 진통을 겪으며 좀더 심하게 진통이 오길 기다리는 아내를 옆에두고 저는 그만 잠을 참지 못해 형식적으로 아내를 토닥이며 계속해서 꾸벅꾸벅 ㅜㅜ 이게 사실 같이 깨어있어야 맞는건데 제가 진통이 있는게 아니다보니 진짜 잠이 쏟아져 미치겠더라구요 ㅜㅜ

이른 아침이 되자마자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는데, 힘들어하는 아내에게 남편은 진짜 아무 도움이 못되는거 같아 미안한 마음뿐 ㅜㅜ 아내가 아이를 낳기 위해 고통을 겪는 모습을 지켜보며 평생 잘해야겠다 다짐을 했는데 여전히 부족한 모습만 남아있네요. 더 잘해야겠어요 불끈.

제 딸아이는 지금 7살인데 요즘은 다행히 아빠도 많이 찾지만 어릴때는 정말 똑같이 '엄마'가 아닌 그 어떤 식구도 유모차를 절대 못밀게 했더랬죠 ㅎㅎ 지금까지도 늘 엄마한테 사랑한단 말을 많이 하는 딸아이를 보며 아이에게 엄마는 하늘이구나 하는 생각이 짙어집니다.

천사님의 두돌을 다시한번 축하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형식적으로라도 토닥여주는게 어디입니까^^

전 아직 아이가 없는데도 '나도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랑할 수 있는 존재인지 항상 의심해왔던 나에게 사랑을 알려준 그 사람과 똑닮아 나온 천사같은 너' 문장에서 코끝이 찡해졌습니다ㅠ 하늘이 생일 저도 함께 축하합니다^^

송이님 진심어린 축하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할 수 밖에 없나 봅니다.

부족한 사람인데 그래도 사랑을 받고 사는 것 같아서 이제는 저 자신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 믿으려 합니다..^^

메가스포어님을 직접 뵌적은 없지만, 글만 봐도 얼마나 따뜻한 마음을 갖고 계신 분인지 알 것 같아요. 글만 봐도 어떤 사람이겠구나 느껴지는 게 있잖아요ㅎㅎ 메가스포어님은 충분히 사랑받으실 자격이 있으신 분입니다^^

아.. 이 훈훈함! 정말 어떡하면 좋죠?

에비츄 행복.jpg

Cheer Up! 많은 사람들이 이 포스팅에 관심을 갖고 있나봐요!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두 돌을 축하합니다. 아이 이름이 하늘인가요? 저는 하늘과 바다를 다 가지고 있습니다 ㅎㅎ. 여성은 그 심한 출산의 고통을 잊을만큼 머리가 나쁘다고 하지만, 아이의 첫 울음소리와 그 모습을 평생 잊지 못하는 것을 보면 머리가 좋은 것 같기도 합니다^^

네^^ 딸아이 태명이 하늘이입니다^^

너무 감동적인 글이예요.. 조금만얘기가 호불호가 분명하네요 엄마가 유모차 밀어주길 원하는걸보면요 ㅎㅎ 축하해요 두돌 !

축복,기적,사랑 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르네요^^ 아름다운글 잘보고갑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19
TRX 0.15
JST 0.029
BTC 63004.58
ETH 2548.62
USDT 1.00
SBD 2.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