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국립공원 무주 적상산-5 장도바위(長刀바위)
덕유산국립공원 무주 적상산-5 장도바위(長刀바위)
향로봉을 지나 서창마을 쪽으로 들어서자 이전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거대한 바위들이 성벽처럼 앞을 가로막았다. 마치 적상산이 자신은 결코 무시할 만한 산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했다. 하지만 바위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산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이곳의 바위들은 생김새가 투박하고 멋이 없었다.
언젠가 울산에 사는 동호인을 데리고 북한산에 갔을 때, 그는 서울에 사는 나를 몹시 부러워했다. 지하철로 갈 수 있는 거리에 이런 명산이 있다는 사실에 연신 감탄하며 혀를 내둘렀다. 누군가에게는 적상산 정도의 산도 감지덕지일지 모르겠지만, 북한산을 곁에 둔 서울 시민 중에는 그리 느낄 이가 많지 않을 듯하다.
적상산 등산 후기를 쓰면서 북한산을 거론하는 것이 누군가에겐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지난주에 다녀온 북한산과 너무 대조되어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왕복 여덟 시간의 이동 시간과 35,000원의 버스비를 들여 찾아온 산의 '가성비'가 너무나 형편없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가끔은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사패산, 불암산, 관악산 등 수도권의 명산만 다닐까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한다. 사실 이만한 산들을 타지에서 찾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계절에 따라 빼어난 경치를 선사하는 산이 없는 것은 아니나, 설악산을 제외하면 굳이 돈과 시간을 들여 멀리 원정 산행을 떠날 의미를 찾기 어렵다.
결국, 우리나라에 이런 산도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가는 산이 대부분이다. 다만 산꾼들과 어울리려면 이른바 '100대 명산' 정도는 다녀와야 말발이 서는 경향이 있다. "그 산 가보셨어요?"라는 물음에 아직이라고 답하는 것이 못내 민망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장도바위(長刀바위)
적상산성 서문터 부근에 위치한 장도바위(長刀바위)는 적상산을 오르는 산행객들에게 가장 인상적인 볼거리 중 하나이다. 이 바위에는 고려 시대의 명장 최영(崔瑩) 장군과 관련된 흥미로운 전설이 깃들어 있다.
고려 말, 최영 장군이 군사를 이끌고 적상산을 오르던 중 거대한 바위가 길을 막아 나아갈 수 없게 되었다. 이때 장군이 허리에 차고 있던 장도(긴 칼)를 뽑아 바위를 내리치자, 바위가 단번에 쩍 갈라지며 길이 열렸다고 한다.
실제로 바위 한가운데가 마치 칼로 벤 듯 수직으로 깨끗하게 갈라져 있어, 전설의 설득력을 더해준다. 장도바위는 단순히 신기한 바위를 넘어, 적상산이 얼마나 험준한 산이었는지, 그리고 이곳이 왜 천혜의 요새인지를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저는 관악산 자락에서 자랐는데, 그때는 몰랐지만
아름답더라고요. 서울은 복 받은 도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