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의 고장 거창-2 부종산(不鐘山)
선비의 고장 거창-2 부종산(不鐘山)
오전 7시 사당역에서 버스를 타고 경남 거창군 북상면 칡목재에 10시 20분경 도착했다. '칡목재'라는 거창한 이름이 무색하게 그곳은 도로 한가운데였다. 산행의 시작은 긴 데크 계단을 오르는 것이었다. 본격적인 운동 전에는 준비운동이 필수건만, 몸 풀 여유조차 주지 않는다.
거의 제일 뒤처져 출발했다. 몸이 풀리고 호흡이 정상을 되찾을 때까지는 워밍업이 꼭 필요하다. 특히 추운 겨울날 곧바로 격한 운동에 들어서면 심장에 무리가 가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서간 등산객을 하나하나 추월하는 것이 산행의 묘미 중 하나였는데, 올 초 허리 부상을 입은 이후로는 확실히 스피드가 줄었다.
지방의 작은 산이라 만만하게 보고 신청했으나 실상은 달랐다. 소남봉, 시루봉, 호음산, 611봉, 523봉, 성령산으로 이어지는 크고 작은 봉우리가 끊임없이 나타났고, 바닥에 30cm는 족히 깔린 낙엽 탓에 길은 보이지 않았다. 미끄러지고 길을 헤매는 '알바'까지 더해져 정말 고된 여정이었다.
거리는 15.5km였지만 체력 소모는 거의 마라톤 수준이었다. 특히 겨울이라 물을 500ml 한 병만 챙겨갔는데, 예상치 못한 갈증으로 큰 고생을 했다. 땀을 비 오듯 흘렸다. 운동으로 배출된 땀은 대부분 노폐물이라니, 덕분에 피부는 좀 좋아졌으리라 위안을 삼아본다.
인간은 고난을 겪을 때 반드시 교훈을 얻는다. 편안하고 안락한 상태에서는 큰 깨달음을 얻기 어렵다. 수행자들이 깊은 산속에서 수련하는 이유도 이와 같을 것이다. 목이 마를 때 물보다 더 간절한 것은 없다. 오로지 물 생각밖에 나지 않는 상황에 처하니, 근원적인 욕구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북한 동포들의 삶이 생각났다.
부종산(不鐘山)
거창군 거창읍과 남하면의 경계에 자리한 해발 약 260m의 나지막한 구릉성 산이다. 옛날 산 아래 어느 사찰에서 종을 만들 때 아무리 정성을 들여도 소리가 나지 않아, 결국 '종소리가 나지 않는 산'이라는 뜻의 이름이 붙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산등성이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와 체육 시설은 거창 군민들의 소중한 휴식처이자 활력소로 사랑받고 있다. 봄이면 만개하는 벚꽃과 가을의 단풍이 어우러져 사계절 내내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광을 선사하는 곳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