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대의 성지 무주 덕유산-1 동엽령(冬葉嶺)

in #kr2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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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대의 성지 무주 덕유산-1 동엽령(冬葉嶺)

겨울 산행은 추위와의 싸움이다. 특히 고산은 평지보다 기온이 현저히 낮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 조금만 방심해도 금세 동상에 걸릴 수 있다. 단순히 춥다는 느낌을 넘어 뼛속까지 파고드는 극한의 고통에 정신마저 혼미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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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덕유산 정상에 대피소나 식당 같은 건물이 없었다면, 그 모진 추위의 공격을 이겨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일주일 전 올랐던 735m의 동악산과는 차원이 다른 추위가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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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금요일을 산행일로 정해둔 것은 아닌데, 묘하게도 금요일마다 기온이 급락하곤 한다. 이번에도 무주의 최저기온이 영하 14도였다. 대기 중 기온은 고도가 100m 높아질 때마다 약 0.65°C씩 하락하므로, 해발 1,614m인 덕유산 향적봉은 영하 24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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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온보다 무서운 건 바람이다. 겨울 산의 칼바람이 더해지면 체감 온도는 영하 40도에 육박한다. 피부가 노출된 채 강풍을 맞으면 단 몇 분 만에 동상에 걸릴 수 있으므로, 경험이 없는 초심자는 겨울철 고산 등반을 절대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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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2일

오전 6시 40분 사당역에서 버스를 타고 무주로 향했다. 예상보다 일찍 도착해 오전 10시부터 안성분소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초입은 생각보다 춥지 않았다. 얇은 몽벨 파카 하나만 걸쳤는데도 등에 땀이 났다. 겨울 산행 복장은 가볍고 땀 배출이 잘 되어야 한다. 두꺼운 오리털 파카는 땀에 젖으면 점점 무거워져 산행을 고되게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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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참한 소니 A7C 카메라는 추위에 취약했다. 벌써 세 번째 오작동이다. 설정하지도 않은 ISO가 204,800까지 치솟으며 과노출로 인해 사진 상당수가 하얗게 날아가 버렸다. AI로 보정을 시도했으나 복구가 불가능해, 일부 사진은 부득이하게 예전 사진으로 대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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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엽령(冬葉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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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엽령은 해발 1,320m에 위치한 고개로, 덕유산 주능선에서 거창군 북상면과 무주군 안성면을 잇는 중요한 통로였다. 고개 정상부에는 넓은 데크 쉼터가 있어 등산객들이 쉬어가기 좋으며, 사방이 트여 있어 조망이 매우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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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과거 영·호남의 교역로인 '동업이재'였다. 경상도 거창과 전라도 무주 사람들이 물자 교류를 위해 이 고개를 넘나들 때, 서로 같은 처지의 장사꾼들이 만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동업이'라는 발음이 세월을 거치며 '동엽'으로 변했고, 이를 한자로 표기하면서 '冬葉'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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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뜻풀이 그대로 '겨울 잎'처럼, 동엽령 일대는 강풍이 빚어낸 눈꽃과 상고대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이름의 시초는 투박한 '장사꾼들의 고개'였을지 모르나, 지금은 그 한자 이름만큼이나 고결하고 아름다운 겨울 풍경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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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post! Featured in the hot section by @punicwax.

Thank you.

겨울엔 좀 버겁지만 날이 풀리면 한 번 오르고 싶은 풍경입니다.^^

상고대 보려면 겨울이 적기입니다.

디카 오작동하는 추위에 산행 정말 대단하시네요. 저는 절대 엄두도 못낼듯 싶습니다. 곰도 무섭고요. ㄷㄷㄷ

인간이 잘하는 게 적응입니다. 하다보면 금방 적응됩니다. ㅎㅎ

헉 !! 영하 24도 ;;;;
엄청난 추위내요
거기에 차가운 바람까지 불면 ;;;;;
정말 단단히 무장을 해야겠어요 !!!

높은 산은 기온이 정말 낮아요. 바람도 많이 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