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우이남능선을 가다-6 원통사(圓通寺)

in #kr21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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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 우이남능선을 가다-6 원통사(圓通寺)

내려가는 길에 원통사에 잠깐 들르자고 Y에게 말했다. Y는 사찰에 별 관심이 없어서, 내가 미리 말하지 않았다면 아마 바로 무수골로 내려갔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찰은 오랜 세월 축적된 역사가 함축된 곳이다. 수천 년 된 바위에 얽힌 허황된 전설보다 훨씬 진실되고 가치 있는 자료를 간직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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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사는 처음이 아니다. 여러 번 왔던 곳이라 그냥 지나친다고 누가 뭐라 할 사람은 없겠지만, 하산길목에 자리하고 있으니 잠시 들러 사진이라도 몇 장 남기는 것이 절에 대한 예의처럼 느껴졌다. 경내는 고요했다. 사람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고, 까만 고양이 한 마리만이 눈이 반쯤 녹은 지붕 위에서 햇빛을 쬐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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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전 (羅漢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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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사에는 태조 이성계가 백일기도를 올렸다는 나한전 석굴이 있다. 내부는 매우 어두워 육안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충 셔터를 눌렀더니 신기하게도 보이지 않던 석불의 모습이 화면에 나타났다. 카메라의 감도를 ISO라고 표시하는데, 내 카메라는 최대 ISO 51,200까지 지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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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관심 없는 사람은 이게 무슨 소린가 하겠지만, 예전 필름 시절에는 ISO 100이 표준이었고 최고 감도 필름이라 해도 ISO 1,600을 넘기 어려웠다. 그마저도 고감도 필름은 거친 입자감 때문에 실용성이 떨어져 거의 사용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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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신 디지털 카메라는 눈으로 확인되지 않는 어두운 곳에서도 스스로 감도를 높여 피사체를 고운 입자 그대로 재현해 낸다. 필름처럼 고정된 ISO가 아니라, 카메라가 상황을 판단해 가장 적당한 감도로 시시각각 바꿔준다. 이제 인간이 할 일은 그저 셔터를 누르는 일만 남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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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사(圓通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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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圓通)'은 불교 용어로 "모든 것에 두루 통하여 걸림이 없다"는 뜻이다. 특히 관세음보살이 모든 중생의 고통 소리를 다 듣고 구제한다는 의미의 '이근원통(耳根圓通)'에서 유래했다. 그래서 원통사는 대웅전 대신 '원통보전(圓通寶殿)'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며 관세음보살을 모시는 관음성지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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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경문왕 3년(863년) 도선국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이곳은 조선 태조 이성계가 석굴(나한전)에서 기도를 올렸다는 전설로도 잘 알려져 있다. 기도를 마친 날 꿈에 옥황상제를 만나 '상공(相公, 정승)' 직함을 받았다고 하여, 바위에 '상공암(相公岩)'이라는 글자를 새겼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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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사 바로 뒤에 솟아 있는 거대한 바위가 바로 우이암(牛耳巖)이다. 부처님을 향해 간절히 기도하는 관세음보살의 형상을 닮았다고도 하고, 소의 귀를 닮았다고도 하여 지금의 이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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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post! Featured in the hot section by @punicwax.

경건한 줄로만 알았던 산사에 이런 유머가 숨었을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