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우이남능선을 가다-4 망봉암(望峰巖), 오징어바위, 우이암(牛耳岩)
도봉산 우이남능선을 가다-4 망봉암(望峰巖), 오징어바위, 우이암(牛耳岩)
똑같은 등산이라 해도 사람마다 목적은 제각각이다. 내 지인 Y는 수천 번 같은 산을 올랐지만 바위 이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이상하게 생긴 바위가 나타나 이름이 뭔지 물어도 "그런 거 알아서 뭐해"라는 반응이다. 그저 바위 위에 올라 사진만 찍으면 되지, 이름 따위가 왜 필요한지 도대체 이해를 못 하겠다는 표정이다.
나 역시 산행 후기를 쓰기 전까지는 Y와 같은 부류였다. 그저 땀 흘려 열심히, 빨리 올라가서 경치 좋은 곳에서 사진만 남기면 그것으로 족했다. 그러나 후기를 기록하면서부터 바위를 대하는 나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아무리 멋진 바위라 해도 이름 없는 바위는 누구도 깊이 들여다보지 않는다.
'우이암'이라는 멋진 이름 덕분에 이 바위는 유명해졌고, 많은 산악인이 이곳을 목표로 산을 오른다. 근처에 우이암 못지않게 훌륭하게 생긴 바위들이 정말 많지만, 무명의 바위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냉담할 정도로 다르다.
길거리에서 사진작가의 눈에 띄어 단숨에 세계적인 톱모델이 된 흑인 여성, 아녹 야이(Anok Yai)처럼 한 장의 사진과 이름이 운명을 바꿀 수도 있는 세상이다. 내가 오늘 이름을 붙여준 이 멋진 바위, 망봉암을 찾는 이들이 앞으로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망봉암(望峰巖)
분명 이 멋진 바위에 이름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인터넷을 뒤졌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AI에게 묻고 고민한 끝에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었다. 바위가 멀리 도봉산의 주봉(자운봉, 만장봉 등)과 북한산 쪽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형상이라, 산의 정상을 그리워하며 바라본다는 뜻에서 망봉암(望峰巖)이라 명명했다.
오징어바위
우이남능선의 중간 지점인 할미바위와 피노키오바위 근처에는 기암괴석이 밀집해 있다. 그중 하늘을 향해 다리를 뻗은 오징어바위도 발길을 붙잡는다. 자연이 빚어낸 이 기묘한 조각상들을 하나하나 찾아내다 보면, 등산은 힘겨운 노동이 아니라 보물찾기 같은 유희가 된다.
우이암(牛耳岩)
멀리서 보았을 때 소의 귀가 쫑긋하게 솟아 있는 모습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로 우이동(牛耳洞)이라는 지명도 바로 이 바위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우이암은 보는 각도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인자한 관세음보살이 부처님을 향해 기도하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관음봉(觀音峰)이라 불리며, 그 바로 아래에는 원통사라는 사찰이 자리하고 있다. 또한 선비들이 쓰는 모자인 사모를 닮았다 하여 사모봉이라 불리기도 한다.
기쁨이 넘치는 성탄이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