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우이남능선을 가다-4 망봉암(望峰巖), 오징어바위, 우이암(牛耳岩)

in #kr5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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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 우이남능선을 가다-4 망봉암(望峰巖), 오징어바위, 우이암(牛耳岩)

똑같은 등산이라 해도 사람마다 목적은 제각각이다. 내 지인 Y는 수천 번 같은 산을 올랐지만 바위 이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이상하게 생긴 바위가 나타나 이름이 뭔지 물어도 "그런 거 알아서 뭐해"라는 반응이다. 그저 바위 위에 올라 사진만 찍으면 되지, 이름 따위가 왜 필요한지 도대체 이해를 못 하겠다는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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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산행 후기를 쓰기 전까지는 Y와 같은 부류였다. 그저 땀 흘려 열심히, 빨리 올라가서 경치 좋은 곳에서 사진만 남기면 그것으로 족했다. 그러나 후기를 기록하면서부터 바위를 대하는 나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아무리 멋진 바위라 해도 이름 없는 바위는 누구도 깊이 들여다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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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암'이라는 멋진 이름 덕분에 이 바위는 유명해졌고, 많은 산악인이 이곳을 목표로 산을 오른다. 근처에 우이암 못지않게 훌륭하게 생긴 바위들이 정말 많지만, 무명의 바위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냉담할 정도로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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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사진작가의 눈에 띄어 단숨에 세계적인 톱모델이 된 흑인 여성, 아녹 야이(Anok Yai)처럼 한 장의 사진과 이름이 운명을 바꿀 수도 있는 세상이다. 내가 오늘 이름을 붙여준 이 멋진 바위, 망봉암을 찾는 이들이 앞으로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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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봉암(望峰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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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이 멋진 바위에 이름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인터넷을 뒤졌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AI에게 묻고 고민한 끝에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었다. 바위가 멀리 도봉산의 주봉(자운봉, 만장봉 등)과 북한산 쪽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형상이라, 산의 정상을 그리워하며 바라본다는 뜻에서 망봉암(望峰巖)이라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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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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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남능선의 중간 지점인 할미바위와 피노키오바위 근처에는 기암괴석이 밀집해 있다. 그중 하늘을 향해 다리를 뻗은 오징어바위도 발길을 붙잡는다. 자연이 빚어낸 이 기묘한 조각상들을 하나하나 찾아내다 보면, 등산은 힘겨운 노동이 아니라 보물찾기 같은 유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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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암(牛耳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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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았을 때 소의 귀가 쫑긋하게 솟아 있는 모습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로 우이동(牛耳洞)이라는 지명도 바로 이 바위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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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암은 보는 각도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인자한 관세음보살이 부처님을 향해 기도하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관음봉(觀音峰)이라 불리며, 그 바로 아래에는 원통사라는 사찰이 자리하고 있다. 또한 선비들이 쓰는 모자인 사모를 닮았다 하여 사모봉이라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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