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우이남능선을 가다-7 무수골(無愁洞)

in #kr9 hours ago

b-DSC06789.JPG

도봉산 우이남능선을 가다-7 무수골(無愁洞)

오늘의 날머리는 무수골이다. 왠지 하루의 여정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느껴졌다. 모든 힘든 과정을 거쳐 마침내 근심 없는 골짜기로 회귀했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원통사(圓通寺)에서 모든 집착을 내려놓고 무수(無愁)의 땅으로 발을 들이니, 비로소 마음속 모든 근심이 따스한 햇빛에 녹아내리는 듯했다.

b-DSC06786.JPG

b-DSC06792.JPG

b-DSC06781.JPG

무수골(無愁洞)

b-DSC06804.JPG

이름 그대로 "근심이 없는 골짜기"라는 뜻이다. 조선 제4대 왕 세종대왕과의 인연이 깊다. 세종대왕이 이곳에 들러 약수를 마시고 주변 풍광을 둘러보며 "도무지 근심이 없는 곳이구나"라고 감탄하며 직접 이름을 지어주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한 나라의 임금이 근심을 잊을 정도로 평화로웠던 동네라는 의미다.

b-DSC06785.JPG

b-DSC06791.JPG

b-DSC06782.JPG

풍수지리적으로는 이 지형이 '신선이 소매를 휘날리며 춤을 추는 형상(仙人舞袖形)'이라고 한다. 본래 '춤출 무(舞)'와 '소매 수(袖)'를 썼으나, 세월이 흐르며 발음이 같은 '근심 없는 골짜기(無愁)'로 바뀌어 불리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어느 쪽이든 신선이 노닐 만큼 아름답고 평온한 곳이라는 뜻은 일맥상통한다.

b-DSC06793.JPG

b-DSC06797.JPG

b-DSC06799.JPG

무수골은 서울 도봉구 내에서도 개발의 손길이 늦게 닿은 덕분에 옛 농촌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원통사에서 내려오다 보면 다랑이논이 펼쳐지고 계곡물이 흐르는 정겨운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이름 그대로 '근심을 잊게 만드는' 묘한 마력이 있는 마을이다.

b-DSC06801.JPG

b-DSC06803.JPG

b-DSC06806.JPG

등산코스

KakaoTalk_20251203_150418857.jpg

KakaoTalk_20251203_150418857_01.jpg

KakaoTalk_20251203_150418857_02.jpg

양주골 뒷고기

b-DSC06810.JPG

등산의 진정한 묘미는 하산주에 있다. 하산주를 마시러 산에 간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땀 흘린 뒤 배고픈 상태에서 마시는 막걸리 한 잔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선물이다. 무수골로 내려와 도봉산역 쪽으로 한참을 걷다 보니, 2년 전 Y를 처음 만나 함께 갔던 식당에 닿았다.

b-DSC06812.JPG

b-DSC06813.JPG

b-DSC06817.JPG

주인은 바뀌었는지 낯설었지만, 고기 맛은 여전했고 값도 저렴했다. 뒷고기는 평소 접하기 힘든 특수 부위다. 볼살 같은 희소 부위인데, 그 쫄깃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풍미가 일품이다.

b-DSC06822.JPG

b-DSC06828.JPG

b-DSC06834.JPG

Sort:  

Great post! Featured in the hot section by @punicwax.

오늘도 감사합니다~

Posted using SteemX

아가들 따라서 걷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