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9,898,835,498,720,000
새해 다짐으로 앞으로 나아가자고 누군가에게서 들었습니다.
또 다른 새해를 향해,
우리는 2027년 새해에는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올해는 윤년이 아닌 평년입니다.
우리는 2026년 365일이 주어졌고,
환산하면 8760시간,
또 525,600분,
그리고 31,536,000초의 시간이 있습니다.
과연 1초는 얼마나 길까요?
국제단위계 (SI) 에서 규정하는 1초란 다음과 같습니다.
비섭동 (非攝動) 세슘-133 원자의 바닥상태 두 초미세 준위 사이 전이에 해당하는 복사의 9,192,631,770 주기에 걸린 시간
왜 하필 많고도 많은 원소와 동위원소 중 세슘-133일까요?
세슘은 원자번호 55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원자핵에 양성자가 55개 있다는 뜻이죠.
이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양성자는 陽, 즉 +의 성질을 띄고 있습니다.
전자기학에서 같은 성질을 가진 물질은 서로 밀어내고,
다른 성질을 가진 물질은 서로 끌어당깁니다.
양성자 둘이 있으면 서로에게서 멀어지려 하죠.
양성자 하나는 약 1.602E-19 C (= 1e) 의 전하 (電荷) 를 가지고 있고,
전자 (電子, electron) 하나는 그와 거의 반대, 즉 -1e의 전하를 가지고 있습니다.
원자핵을 구성하는 양성자와 같은 개수의 전자가 원자핵 주변을 돌고 있으면
그 원자의 총 전하는 약 1e + (-1e) = 0e이므로 중성 (中性, neutral) 원자라 칭할 수 있습니다.
둘의 전하의 절대값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만, 거리가 있죠.
전하 (q) 를 가지고 있는 두 물질 사이의 끌어내고 잡아당기는 힘, 즉 전자기력 (電磁氣力, F_e) 은 거리 (r) 의 제곱에 반비례합니다.
만약 양성자와 전자 각각 하나씩만 존재한다면,
내부의 전자기력은 일정합니다.
양자역학적으로도 안정된 에너지 준위가 이루어진 것을 안정된 상태라고 하고,
실제로 이 예의 원자인 수소-1는 안정된 수소의 동위원소입니다.
하지만 원자핵의 양성자 수가 많은 원자는 어떨까요?
원자핵의 양성자는 거의 붙어있어 서로를 밀어내려 하지만
원자핵 주변에서 에너지 준위를 유지하는 상태에서의 전자와 전자 사이에는 거리가 있어,
전자끼리 밀어내는 힘은 양성자들끼리의 힘에 비해 약합니다.
양성자의 수가 많으면 많을 수록,
서로를 자신에게서 떼어내려는 힘이 강해지고,
이 힘의 원천인 원자 전체 에너지 레벨을 줄이기 위해,
양성자들은 하나씩 그들에게서 양의 전하를 가진 양전자 (陽電子) 를 중성미자 (中性微子)와 함께 떼어냅니다.
그렇게 양성자는 중성자가 되고, 서로를 떼어내려는 힘이 약해지면서 안정화가 됩니다.
하지만 전자 하나를 포획하여 양성자를 중성화시키는 방법도 존재합니다.
어느 쪽이든 양성자의 개수가 바뀌므로 이 물질은 원소가 달라지게 됩니다.
전자와 양성자 사이의 거리보다 양성자끼리의 거리가 더 짧기 때문에,
양성자끼리의 거리를 늘리고, 힘을 저지하기 위해서,
대부분의 질량이 높은 원자들은 중성자의 수가 양성자의 수보다 많습니다.
중성자의 수가 양성자의 수보다 더 많은 경우엔,
반대로 중성자가 전자와 함께 반중성미자 (反中性微子)를 방출하며 양성자로 변하며 안정화를 하게 됩니다.
이런 프로세스를 베타 붕괴 (beta decay) 라고 합니다.
질량이 0이 아닌 물질이 한 축을 기준으로 회전하면 물리적인 각운동량 (角運動量) 이 생기는데,
원자핵과 그 주위를 도는 전자들 같은 입자 또한 자신들의 중심을 축으로 각각 회전하기도 하지만,
이런 물리적인 회전에 의한 각운동량이 아닌,
한 입자가 고유하게 가지고있는, 물리학적 각운동량처럼 작용하는 양자역학적 개념을 스핀 (spin) 이라 합니다.
예를 들어, 독립적인 전자는 기본적으로 1/2, 즉 0.5의 스핀 파워를 가지고 있습니다.
원자의 핵이 크고 복잡해질 수록, 스핀 파워의 계수도 더 다양하게 바뀔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핵 안에서도 서로 반대로 스핀하는 입자의 수가 같으면,
서로 스핀을 상쇄하기 때문에 스핀 파워 계수는 0이 됩니다.
예를 들어 중성자의 수와 양성자의 수가 둘 다 짝수일 경우 스핀 파워는 0이 됩니다.
중성자와 양성자가 어떤 식으로 배치되어 핵을 형상했느냐에 따라서도 핵의 스핀 파워는 다르게 계산될 수 있습니다.
우주에서 제일 흔한 원소인 수소로 예를 들어 봅시다.
수소의 원소의 원자 핵은 0.5의 스핀 파워 (I) 를 가지고 있고,
전자는 상기했듯 0.5의 스핀 파워 (J) 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원자의 에너지 상태 (狀態, state)는 크게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핵과 전자의 스핀에 의한 각운동량이 맞물려 증폭될 때: I + J
핵과 전자의 스핀이 서로 상쇄될 때: |I - J|
수소의 경우 前者는 1, 후자는 0이 되겠죠.
이 總각운동량 양자수의 값으로 바닥상태의 초미세 준위 (ground-state hyperfine level) 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기초적으로 이 값이 0에서 1, 그리고 1에서 0으로 바뀌는 그 시간 간격이,
적어도 수소만큼은 우주 어디에 가든 일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동안 방출하는 전자파의 파장 (21cm) 또한 일정하겠죠.
그렇게 된다면 우주 어디에 있는 누구에게라도 그들의 계 (系, system) 속에서는,
시간과 길이를 동일하게 전달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하여 그려낸 수소의 에너지 상 변환을 기준으로 하는 시간 단위의 정의와
그 동안 생긴 파장의 길이를 표현 한 것이 바로 아래의 그림입니다.
인류 최초로 태양계 탈출 궤도에 오른 파이오니어 10호와,
그 후발 주자로써 그를 추월해 최초로 태양권을 탈출한 보이저 1호를 포함,
파이오니어 11호와 보이저 2호
이 4기의 우주선은 인류의 메시지를 외계 문명에게 오차없이 전달하기 위해서
위의 그림을 각각 파이오니어 금속판과 보이저 골든레코드판에 그려냈습니다.
위의 파이오니어 금속판에는 수소로 정의가 된 길이 단위로 인간 남녀의 평균적인 크기를 보여주고,
아래의 보이저 금속레코드판에는 수소로 정의가 된 길이 단위로 설계한 축음기로,
수소로 정의가 된 시간으로 얼마나 빠른 속도로 판을 돌려야 지구의 소리가 들릴 수 있는지를 전달합니다.
아주 먼 곳에서 인류의 메시지를 전달해내기에는,
제일 작은 것의 진리를 이용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본론으로 돌아와서,
왜 수소가 아닌 세슘-133으로 우리의 시간을 정의하고 있을까요?
중성 원자인 세슘-133은 양성자 55개에 중성자 78개가 핵 스핀 파워 3.5를 유지하는 안정화를 이루고 있어,
자연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으면서도 그 바닥상태의 초미세준위 전이 간격을 일정하게 재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생겨난 인류 최고 성능 세슘-133 원자시계는 무려 1억년에 1초 미만정도의 오차밖에 없죠.
우리의 시간에는, 우리가 쉽게 구할 수 있는 우리의 것으로 정의를 내리는 것이 편하지만,
우주 모두를 이해시키기에는 보다 단순하고 범용적인 것으로 정의를 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모두 세슘-133이 289,898,835,498,720,000번 바닥상태 초미세 전이에 해당하는 전자기 복사의 주기를 세는 올 한해 동안 열심히 살아갑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