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기자단] "눈에 눈물이 없는 사람은 마음에 무지개가 없다."

in RunEarth8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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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어두운 날씨. 창밖으로 비가 내리는 걸 확인하고서도 신발 끈을 묶었다. 어쩌면 비가 내리는 날 오히려 달리고 싶어지는 건지도 모른다. 달리기를 오래 하다 보면 그런 날이 생긴다.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당기는 날. 조용하고 싶은데 혼자 있기는 싫은 날. 비는 그럴 때 가장 좋은 동반자다.

첫 빗방울이 이마에 닿는 순간이 있다. 아직 달리기도 전에, 문을 열고 나서는 그 순간 차갑다고 느낄 틈도 없이 온몸이 그 감각에 깨어난다. 비 냄새가 먼저 반긴다. 아스팔트와 흙과 풀잎과 세상사를 모두 겪어야만 낼 수 있는 비 냄새다. 간혹 사람도 그런 내음을 내는 사람이 있다는 것,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땠다.

발이 물웅덩이를 밟는다. 피하지 않았다. 우중런의 묘미는 이런 것이다. 어차피 다 젖을 거라면 더 이상 피할 이유가 없다. 그 순간부터 달리기가 달라진다. 몸이 가벼워지는 게 아니라 마음이 가벼워진다. 젖음을 받아들이고 나면 비는 더 이상 방해가 아니라 화려한 배경이 된다. 나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그런 조연말이다.

달리는 와중에 장미 한 송이가 눈에 들어왔다. 담장 아래 핀 붉은 장미였다. 빗물을 한껏 머금은 꽃잎이 평소보다 더 무겁게, 더 짙게, 더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달리는 속도를 늦추고 싶지 않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 들렀다. 젖어있는데 아름다웠다. 아니, 젖어있어서 화창한 날보다 아름다워 보였다. 빗물이 꽃잎의 결을 따라 흐르며 그 색을 더 깊게 만들고 있었다. 맑은 날의 장미가 화사하다면 비 맞은 장미는 깊었고, 나를 빛추는 것 같았다.

눈에 눈물이 없는 사람은 마음에 무지개가 없다.

인도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달리면서 그 장미를 보다가 그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빗물을 머금은 꽃이 더 아름답듯이, 눈물을 머금은 사람도 더 깊어지는 것이 아닐까? 아픔이 사람을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라, 아픔을 통과한 사람이 비로소 자신만의 아름다운 결을 가질 수 있는 건 아닐까?
기쁨만으로 채워진 삶은, 맑은 날만 있는 계절 같다. 아름답지만 어딘가 밋밋하다. 비가 와야 대지가 깊어지듯 슬픔이 있어야 기쁨이 두꺼워진다. 고통의 시간이 있어야 회복의 감각이 선명해진다. 인생이 채워진다는 건 어쩌면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날씨를 통과하는 것이다.

달리다 보면 어떤 영화의 장면이 겹쳐올 때가 있다. 나 같은 경우, 쇼생크 탈출의 "앤디"가 떠오른다. 오랜 시간 억압과 고통의 터널을 기어 통과한 그가 밖으로 나왔을 때 가장 먼저 한 것은 비를 맞는 것이었다. 두 팔을 벌리고, 얼굴을 하늘로 향하고, 온몸으로 빗속에 서 있던 그 장면. 그것은 단순히 비를 맞는 것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차단당했던 모든 것들을 한꺼번에 되찾는 행위였다. 진정한 자유는 그렇게 온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그 공간에 존재함으로써.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빗방울이 약해졌다. 저 멀리 비가 그친 자리에는 무지개가 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눈물 없이는 무지개도 없다. 눈물이 없는 사람에게는 아마 저 하늘도 그냥 흐린 하늘일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러지 않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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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치 행님 하이 ㅋㅋㅋ
잘 지내고 있구만 우중 러닝 멋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