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게 궁금했다.
오늘날 원숭이는 우리에게 이국적인 존재에 불과하다. 하지만 구석기 유적의 뼈 화석과 《삼국유사》 속 이차돈 순교 기록은 이들이 한반도의 명백한 주인이었음을 증명한다. 한때 이 땅의 생태계 한 축을 담당하던 원숭이들은 왜 단 한 마리도 남지 않고 사라졌을까? 그 비극은 가혹한 포식 압력 위에 기후 변화와 인간의 개입이 몰고 온 삼중주적 파멸에 있다.본래 한반도는 영장류에게 ‘민첩한 맹수들이 들끓는 지옥’이었다. 대륙과 연결된 지형 특성상 호랑이, 표범, 곰, 늑대, 담비 등 나무를 잘 타는 대형 포식자가 밀도 높게 존재했다. 반면 바다로 격리되어 천적이 정착하지 못한 일본 열도는 원숭이들의 안전한 낙원이 되었다. 한반도의 원숭이들은 대륙에서 내려오는 천적들의 눈을 피해 숨 죽이며 위태로운 생존의 끈을 이어가고 있었다.이 위태로운 균형을 깨뜨린 결정타는 조선시대에 찾아온 ‘소빙기(Little Ice Age)’였다. 기온이 급격히 하강하고 혹독한 추위가 지속되면서, 원숭이들의 주식인 온대성 활엽수림의 과일과 새순이 통째로 고갈되었다. 일본원숭이가 온천과 두꺼운 털로 눈 속에서 적응한 것과 달리, 도망칠 곳 없는 반도의 막다른 길에 갇힌 한반도의 원숭이들은 이 가혹한 혹한을 버텨내지 못했다.마지막 숨통을 조인 것은 인간의 개입이었다. 인구 증가와 온돌 문화 확산으로 울창한 숲이 땔감으로 변해 사라지면서 원숭이들은 은신처를 잃었다. 여기에 《동의보감》 등에서 원숭이의 뼈와 고기를 학질과 정신 질환의 특효약으로 기록하면서 무분별한 약용 포획까지 극에 달했다. 천적에게 쫓기고 추위에 굶주리던 영장류는 결국 인간이라는 최후의 포식자에 의해 절멸의 종지부를 찍었다.한반도 원숭이의 멸종은 고립된 지형과 기후 변화, 인간의 탐욕이 맞물릴 때 생태계가 얼마나 취약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서글픈 묵시록이다. 고서와 화석 속에 갇힌 그들의 슬픈 울음소리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자연과 공존하지 못한 서식지의 황량한 결말을 엄중히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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