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덕장에 매달려
먼 하늘로 물기를 날려보내며
저마다 이름을 바꾸는 물고기들을 보면서도
생각은 빈 나룻배에 앉아 강을 건넜다
바람도 찾아오지 않는 외진 덕장
그만그만한 물고기들에 섞여
아가미를 닫으며 숨을 줄이는 시간
등나무처럼 생을 휘감는 줄을 보며
뼛마디가 조여들었다
마른 잔디밭에 초록을 입혀주는 햇빛과
빗방울 모여든 구름을 머리에 이고
뛰어다니던 발자국을 찾으러 가야할 황톳길은
오늘도 기나긴 기다림으로 등이 휘어진다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이병률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시들어 죽어가는 식물 앞에서 주책맞게도 배고파한 적
기차역에서 울어본 적
이 감정은 병이어서 조롱받는다 하더라도
그게 무슨 대수인가 싶었던 적
매일매일 햇살이 짧고 당신이 부족했던 적
이렇게 어디까지 좋아도 될까 싶어 자격을 떠올렸던 적
한 사람을 모방하고 열렬히 동의했던 적
나를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게 만들고
내가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조차 상실한 적
마침내 당신과 떠나간 그곳에 먼저 도착해 있을
영원을 붙잡았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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