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실버들이 소소리바람에 휘둘린 자리에서
봄볕이 머리를 빗기던 기억을 떠올리며
능소화에게 높은 담장너머
세상을 넘볼 마음을 먹게 되었다
커다란 황소가
하루살이에게 지는 것처럼
그 옛날
우공(愚公)이 태산을 옮기던 날
겨울은 마른 입술로 암호를 해독한 봄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울타리의 꽃문장/ 이동호
이곳의 울타리는 막으려고 세워졌지만
꽃들은 그것을 악보로 오해했다
철망의 마디마다 노란 음표들이
제멋대로 걸려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한 철의 합창이 흘러나온다
꽃들은 줄을 넘지 않고 덮는다
경계는 여전히 있고 규칙도 그대로인데
노란 것들이 먼저 도착해
세상의 표정을 바꿔 놓았다
돌은 말이 없고 꽃은 너무 많아서
아무 말도 필요 없다
철망 뒤의 붉은 장미는
조금 늦게 피어난 생각들
앞의 노란 꽃들은 지금 당장
살아야겠다는 충동 같은 것들
이 풍경에서 금지와 허용은
색으로만 구분된다
울타리는 여전히 철이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꽃들이 국경을 관리한다
넘지 않아도 충분히
건너온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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