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119.

in #steemzzang8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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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 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 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삽짝에 귀를 갖다붙인다. 얼마나 수 없이 되풀이하여 이 짓을 했을까. 삽짝을 열어보고는 휭하니 빈 골목을 행여 어느 구석에 그림자가 없나 찾다가 울어버린 일은 또 몇 번이던가.

눈물이 흠뻑 젖은 얼굴을 비비며 용이는 이 세상 모든 것을 잊은 듯, 풍랑의 바다에서 항구로 찾아온 듯 격렬하고 평화스럽게 희열하며 몸을 불태운다.

번화하고 낯선 밤거리에 바람이 불었다. 떠나기 전에 머리를 깎겠다고 나선 길상의 눈에 불빛이 아물거린다.

-토지 제5편 떠나는 자(者)와 남는 자(者) 18장 가냘픈 희망이 그네를 뛴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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