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봄냇물은 식구가 많다
요즘 보기 힘 든 대가족이다
처음부터 호적에 든 물고기들과
물새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맑은 날이면
날름 가운데를 찾아 앉는 구름과
아닌 척 하며
슬금슬금 발은 들여놓는 산으로도 모자라
빈 가지 하나 없이 꽃이 핀 벚나무와
제몸도 못 가누는 개나리에
진분홍 입술로 웃는 진달래까지
아침에 찾아와 해 떨어질 때가지
속에 든 말 다 쏟아내고 간다
봄의 강물에 시의 길을 묻다/ 구명숙
울퉁불퉁 돌멩이 길
가시덤불 흘러가는
인생길을 아파하네
시는
빛나는 봄 시냇물인가
씻고 씻기며 흘러
끝내 겨울 강으로 저물어가는
얼어버린 시간의 결박을 풀며
이 봄 강물은
누구의 푸른 혼으로 굽이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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