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130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 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 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하늘에는 별이 나돌기 시작했으니 어째 희미하다. 연푸른 하늘에는 군데군데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신돌 위에서 실발 신는 소리, 마당을 밟고 가는 발자국 소리, 그리고 사라진다.
꽃잎이 할랑할랑 지는 것 같고 설원(雪原)에 한 마리 사슴이 서 있는 것 같고, 왜놈들이 배때기 갈라제치고 죽는 것과는 사뭇 다른 게 있단 말입니다. 그 살기하고는 자못 다른.
-토지 2부 제1편 북극(北極)의 풍우(風雨) 11장 밤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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