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last month

논바닥보다 논두렁이 더 넓은 다랑논

다락 같이 높은 산비탈을 갈아
소발자국 묻힐만큼 물이 고이자 논이라고
밤꽃 지고나서 모 한 줄 꽂았다

뻐꾸기처럼 울고 싶은 늦은 봄날
이팝꽃이 앉았던 자리를 찾아
눈물을 떨구고 콩을 묻었다

새벽별이 내려주는 맑은 이슬 한 모금에
싸락눈처럼 떨어지던 하얀 벼꽃들
논에서 벼 한 섬 거둘 때
논두렁에서 콩 석 섬이 여물고 있었다

가파른 다랑논을 떠받치던 논두렁
그날의 눈물이
기우는 허리를 묶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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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김현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닌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눈물을 지어 주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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