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116.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 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 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이놈의 새가 빠지가 농살 지어봐야 뽀닷이 입치례, 등은 머로 가리고 덮노 말이다. 찬물 떠놓고 코방아나 찧은다믄 모르까 제사고 혼사고.”
해 떨어지기 전에 신주와 손자를 안겨 아들 내외를 산천 사돈댁으로 떠나보냄으로써 김훈장은 배수의 진을 친 셈이다. 지난번 떠날 때와 마찬기지로 아들 내외에게 어떻게 하든 명 보전하여 절손의 불효를 해서는 안 된다는 당부를 김훈장은 잊지 않았다.
대숲 속의 오솔길을 횃불과 횟불에 비쳐서 검붉게 번들거리는 장정들의 얼굴이 간다. 이글거리는 눈들이 간다.
-토지 제5편 떠나는 자(者)와 남는 자(者) 15장 의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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