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115.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 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 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강변 대숲이 마구 일렁이고 거슬러올라오는 물발이 거세게 뱃전을 친다. 바람을 안고 내려가는 나룻배는 더디가 가는 성싶고 젊은 사공의 양미간 군살이 솟아 불룩불룩 움직이는 것을 보아 힘이 드는 모양이다.
“만고에 싱거운 일이체, 썰데없는 짓이라, 오리새끼는 물로 가더라고 에미 애비가 샐인 죄인인데 그거를 키우서 무신 수덕만덕 볼 기라꼬.”
달구지 위에 아낙 한 사람이 누워 있었다. 그것은 사람의 얼굴이라기보다 여러 배로 부풀어오른 밤벌레 같은 것이다. 부종으로 퉁퉁 부어로른 얼굴, 햇빛이 부셔 그랬는지 눈을 감고 있었으나 설사 떴다 하더라도, 부기에 파묻혀 눈동자가 나타날 성싶지가 않다.
-토지 제5편 떠나는 자(者)와 남는 자(者) 14장 돌아온 윤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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