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164.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실상 검은 점은 그림자요, 검은 점의 자리는 사람이 있되 노상 없는 거요.
마을을 흘러다니며 가락을 뽑는 광대들의 그 한맺힌 가락 하나 없이, 햇볕에 타고 있는 쇠가죽처럼 핏빛에 얼룩진 백정네 인생이 거기, 자갈밭에 굴러있다.
입속이 굴 안만큼이나 깊고 넓은 것만 같다.
-토지 2부 제3편 밤에 일하는 사람들 12장 백정네 식구 중에서-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