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148.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상긋상긋 웃는 것 같은 눈매는 변함이 없으나 군살 오른 얼굴에 수심을 띠다보니 여덟팔자 눈썹이 되고 그것이 또 우는 듯 웃는 듯, 면판이 전만 영 못하다.
서희의 망토 입은 모습이 나타났다가 멀어진다. 멀리, 먼 곳으로 멀어져간다. 말굽 소리도 차츰 바보같이 멀어져가고 사라진다. 구름이 날리고 하늘에는 네 줄기 전선(電線), 사위는 여전한 겨울이며 북국의 낯선 풍경이다.
삭풍 열사 속에 육신을 묻으려고, 한 달에도 몇 번씩 넘나드는 국경에서 너는 무엇을 보았나. 고향을 잃은 가난한 개 겨레가 이불짐에 솥단지 하나 얹고 두만강을 건너는 것을,
-토지 2부 제2편 꿈속의 귀마동 13장 뜨내기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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