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155.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빌어먹을, 저놈 준가리엔 잠도 없나부지, 저 대가리 속에는 지리산이 가득 들어차 있을게야.’
발갛게 물든 열매 네댓 개 붙은 망개 가지 하나가 환의 구멍난 백립(白笠) 갓전에 꽂혀 있다. 오는 도중 꺾어서 꽂은 모양인데 혜관은 처음으로 환이 백립 쓴 것을 깨닫는다.
환이와 강쇠는 다른 전과는 좀 떨어진 곳에 목기를 쌓아놓고 엉거주츰 서 있었다. 대묻은 무명 수건을 쓰고 누덕누덕한 솜저고리 속에 두 팔을 지르고, 덜덜덜 떨면서 서 있었다.
-토지 2부 제3편 밤에 일하는 사람들 3장 산청장의 살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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