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125.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 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 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그랬던만큼, 접시바닥같이 얕은 여자의 마음이 이제 와서는 월선에게 아첨을 떨ㅇ며 첩간나아라 하더라는 둥 고자질이다.
치마를 뒤집어쓰고 살구나무에 목을 맨 어머니, 시체도 살구나무도 비에 흠씬 젖어 있었다.
음산한 바람이 불던 북향의 산비탈, 각박한 땅에는 돌과 솔방울이 굴러 있었으며 소나무 사이로 영을 넘어가던 구름은 그 얼마나 무심했던가, 추위에 먹빛이 된 동생의 얼굴, 얼어서 게다리같이 구부러졌던 동생의 손가락.
-토지 2부 제1편 북극(北極)의 풍우(風雨) 6장 검정 두루마기의 사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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