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처음부터 잘못된 만남이라고
어울릴 수 없는 조합이라고 수군거렸다
한 사람은 세수를 하나마나 까맣고
또 한 사람은 분통을 엎었는지
조금만 화장을 하면 게이샤 같다고 놀렸다
밥을 먹어도 누가 빼앗아 가려는 듯 먹는 쪽과
밥알을 세는 사람이 마주 보고 먹었다
잠도 초저녁에 코를 고는 사람과
공영방송에서 애국가가 나오고도
한 참을 뒤척인다고 했다
똑같으니까 산다고 하지만
상극이 만나도 오래 오래
그럭저럭 잘 사는 것 같다
마블링/ 임재정
무늬는 감정에서 온다
노래와 비명 사이 풀을 뜯는 한낮의 양들
밤은 그러나 조금 달라져야 하지
늑대가 덤불 속에 잠든 도시락을 찾아 소풍을 가고
양의 꿈에 발톱을 욱여넣고 양을 흉내 내지
깨어보면 장미 울타리를 지나온 생각이 피투성이로 쓰러져 있다
장미 울타리에 박힌 양들의 엉덩이를 모으면 마을이 된다 지붕과 울타리를 마련하고 가장 무서운 이와 가까운 이웃으로
마블링은 꿈을 매개로 하는 체재다 벌써 천 년째
밤과 낮이
장미 울타리를 경계로 으르렁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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