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140.

in #steemzzang5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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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 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 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종소리에 흔들리는 교회당의 풍경이 있고 어머니의 미소짓는 얼굴이 있고 연한 새순에 햇볕이 일렁이는 봄날이 있고 머리꼬리에 자줏빛 댕기를 물리던 거울 속에 청순한 얼굴이 있고 항구에 정박했었던 화륜선을 구경하러 나갔었던 조그마한 계집아이도 있다.

보기 좋은 콧날이 성냥불빛에 솟아났다가 사라진다. 뿌연 연기가 어둠 속에 흩날린다.

희망을 가진다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 얼마나 큰 약점인가. 절망에서의 탈출 뒤에 온 희열이란 또 얼마나 서글픈 찰나인가.

-토지 2부 제2편 꿈속의 귀마동 4장 바닷가에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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