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전봇대에 자전거를 기대고
절룩거리며 한의원으로 가는 남자가
들어가기 전 세워둔 자전거를 돌아본다
산더미처럼 몸집을 키우고 있는
뭉게구름을 바라보는 자전거
그는 집을 나서면서부터
직선을 포기하고 흔들리는 다리에
둥그런 다리를 접속한다
바쁜 아내 대신
시장에서 동태를 사오고
어두운 길을 떨며 혼자 걸어올
중학생 딸을 태우고 오는 길
달걀귀신 얘기에 팔로 허리를 조이는
딸의 얼굴이 보름달처럼 떠올랐다
저녁 상에 뜨거운 동태찌게 국물을
시원하게 넘기면
오솔길처럼 이어진 공전(公轉)은
직선을 회복한다
그런 사람이 있었네/ 주용일
목숨을 묻고 싶은 사람이 있었네
오월 윤기나는 동백 이파리 같은 여자,
지상 처음 듣는 목소리로 나를 당신이라 불러준,
칠흑 같은 번뇌로 내 생 반짝이게 하던,
그 여자에게 내 파릇한 생 묻고 싶은 적 있었네
내게 보약이자 독이었던 여자,
첫눈에 반한 사랑 많았지만
운명처럼 목숨 묻고 싶은 여자 하나뿐이었네
사내라는 허울 버리고
그 가슴에 생때같은 내 목숨 묻고 싶었네
생의 전부이자 아무것도 아니었던,
지금도 생각하면 기쁘고 서러운 여자,
나를 처름 당신이라 불러주고
내 흙가슴에 제 목숨 묻은 여자,
언젠가 그 여자에게 나도 내 목숨 묻은 적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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