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13 days ago

꽃비 내리는 날엔
집을 나서다 몇 번을 돌아온다
우산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내리는 꽃잎을
우산으로 받는 게 어쩐지 미안해서
다시 우산을 두고 간다
몇 발작 못 가고 다시 돌아와
투명 우산을 들고 간다

그래도
샴푸 향기라도 건네고 싶어
두 손에 받아들고
꽃잎의 마지막 말을 듣고 싶어
우산을 두고 나간다

image.png

어느 봄날/ 나희덕

청소부 김씨
길을 쓸다가
간밤 떨어져내린 꽃잎 쓸다가
우두커니 서 있다
빗자루 세워두고, 빗자루처럼,
제 몸에 화르르 꽃물 드는 줄도 모르고
불타는 영산홍에 취해서 취해서
그가 쓸어낼 수 있는 건
바람보다도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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