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11 hours ago

우리 집엔
레미콘이 몇 대나 있다
그것도 방마다 한 대씩이다

가끔씩 레미콘을 찾으시는 어머니
리모콘을 찾아드린다
한 주일을 기다린 가요무대를 하는 시간이다

어머니 손에 들어 간 레미콘이
6자를 누르면 66이 되고
9자 버튼을 누르면 999으로 변하는 마법이 펼쳐지고
위목으로 밀쳐진 레미콘을 집어
가요무대를 보여드린다

내 손에 들어와
비로소 리모콘으로 돌아오는 레미콘이 퍼나르는
물살 같은 저녁의 평화
창호지를 지나온 달빛이 찰랑거린다

image.png

리모트 컨트롤/ 이동호

아랫목에 누워 아내가 드라마에 몰입한다
나는 그런 아내를 연속극처럼 바라본다
담벼락 밖으로 감들이 뚝뚝 떨어진다
이 지구가 동그란 리모컨 버튼 같아서
무거운 것들이 땅바닥에 떨어질 때마다
봄은 여름으로, 여름은 늦은 가을로
자꾸만 채널을 바꿔온 것이다
아내와 내가 중년의 나이로 접어든 것은,
아내가 나를, 내가 아내를,
버튼처럼 꾹꾹 눌러왔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끝나고 예고편까지 다 보고 나서
아내가 리모컨을 찿는다
그런 아내를 볼 때마다 나는 슬프다
배터리가 나간 리모컨을 아내의 손가락이
신경질적으로 꾹꾹꾹- 눌러대지만,
아내여, 채널이 바뀌는 것은 내 얼굴이다
잠에서 깬 아이를 다시 재우며,
지금은 밤 열한 시이고 나는 배가 고프다
창밖에는 버튼처럼 동그란 달이 떴다
아내의 얼굴 표정이 드라마 같은 날에는
내 마음이 속 텅 빈 저 보름달 같다
감나무 꼭대기에 올라 나는 저 딱딱한 달을
자꾸만 꾹꾹 눌러대고 싶은 것이다
아무리 눌러대도 창밖은 변화가 없어서
반응 없는 보름달이여, 드디어
건전지 갈 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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