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163.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치맛자락을 걷어 힝 하고 코를 푸는데 콧물은 눈물과 엇비슷한 것, 청승궂다. 외로움에 지들고 세월에 지든 모습이 낡고 때묻은 입성같이 처량하다.
우가는 외양간에 살어야 하고 마가는 마구간에 살아야 허는디 그래야 쓸 것인디 푼수없이 사럼 집에 산께로 그런 횡패 아니더라고?
뿌연 햇살이 섬진강 물결 위에서 희번덕이고 있었다.
-토지 2부 제3편 밤에 일하는 사람들 11장 옛 터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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