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114.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 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 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덤불 속에 모습을 숨긴 휘파람새 울음 소리가 간간이 들려온다. 유월 한더위의 해는 몹시 길기도 했다.
이질을 앓았는데 약 한첩 먹어보지 못하고 오히려 주위에서는 죽기를 바라는 야박한 인심 속에서 아니는 싸늘하게 식어갔다.
달빛과 아직 남아 있는 황혼빛 아래 산과 강물과 마을이 조용히 누워 있다. 논둑길을 걷고 있는 농부의 모습이 보이고 소를 몰고 오는 목동도 있다.
-토지 제5편 떠나는 자(者)와 남는 자(者) 13장 밤에 우는 여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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