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167.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하긴 만주 당 벌판을 불어젖히는 바람은 아직 매웠고 건너온 두만강 나룻배에 몸을 실은 고향 읽은 백성들 모습은 황량했었다.
주홍빛 감댕기에 금봉채를 지른 쪽머리가, 하얀 목덜미가, 흔들린다.
귤빛깔의 전등불이 방안 구석구석 비춰주고 유리 들창에서 시꺼먼 바깥 어둠이 방안을 넘겨다본다.
-토지 2부 제4편 용정촌과 서울 1장 묘항산과 북변의 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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