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143.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소문이라는 것은 흔히 사실보다 한 발 먼저 가는 수가 있다.
안개에 싸인 강물과 강물에서 번나간 것만 같은 모래밭과 거의 평면으로 펼쳐진 숲, 그리고 뗏목들, 멀지 않아 겨울이 오고 강물이 얼어버리면 뗏목은 볼 수 없을 것이다.
나그네는 성큼성큼 앞서가고 뒤다르던 다른 행인도 길상을 앞서지나가고 하늘의 구름만이 다가오다가는 머리 위를 넘어 사라진다.
-토지 2부 제2편 꿈속의 귀마동 8장 심장을 쪼개어 바치리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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