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121.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 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 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유림놈들도 쇠전 한푼 얻어볼까 들먹거리고, 동학놈들은 슷제 발벗고 나서서 유ᅟᅯᆫ수와 주구 노릇을 하니, 이래가지고도 나라가안 망했다면 귀신이 곡을 했을 게야.
찌푸렸던 하늘을 개고 서산 쪽으로 기우는 해, 구름이 흘러가고 있다. 다소 급한 속도로, 어젯밤처럼 바람이 불 모양이다.
모진 추위를 이기느라 마시기 시작했던 술, 망향의 설움 때문에도 마신 술, 두 사람은 모두 주량이 어지간하다.
-토지 2부 제1편 북극(北極)의 풍우(風雨) 2장 회영루(會英樓)에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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