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 파병 희생양 되나-“韓자산 파괴 식은 죽 먹기”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검토를 둘러싸고 미국과 이란의 압박이 동시에 거세지고 있다. 미국이 중동 밖 국가에도 군사자산의 조속한 투입을 촉구한 가운데, 이란 외무부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침략 가해자 직접 지원을 간주할 것이며, 이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올린 글에서 “이란과 대한민국의 관계는 64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양국 관계는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꾸준히 발전해 왔다”며 “이란은 한국과의 우호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주권적이고 책임감 있는 국가라면 미국의 압박과 위협에 굴복해 위대한 이란 국민을 향한 공격 행위와 끔찍한 범죄에 동조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이어 “한국은 이란에 매우 취약하다”며 “우리는 그들의 경제자산을 손쉽게 파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이란이 요르단·바레인 내 미군 기지를 공습하는 것처럼, 한국 기업의 사업장 등 민간·경제 자산까지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경고다. 현재 중동 지역에는 한국 기업 다수가 진출해 사업을 벌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사우디에서 열병합발전소를, UAE와 카타르에서는 원전, LNG 수출 기지를 각각 짓고 있다. 현대건설은 사우디에서 송전선로 공사를 진행 중이며, 이라크에서는 해수처리시설 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우건설은 이라크에서 신항만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한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한국을 특정해 신속한 결단을 압박했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4일 한국의 호르무즈 기여 검토와 관련해 “한국은 중동 원유의 최대 고객 중 하나”라며 “우리는 여전히 한국이 이 지역에 자원을 전개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항을 위한 군사적 기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4일 “한반도 대비태세에 큰 손상이 있지 않은 범위에서는 운신할 수도 있다”며 군사적 기여에는 전투뿐 아니라 비전투·수색 등 여러 방안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로서는 미국의 군사적 기여 요구를 검토하는 동시에 한국군과 걸프 지역 한국 자산에 대한 이란의 보복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본문 이미지: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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